i-Pod, 매력적인 친구를 얻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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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31면

길거리를 걷는 젊은이, 건강을 위해 한강 둔치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본다. 열 명 중 다섯 정도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다. 음악을 들려주는 본체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MP3를 사용하고 있을 테니까.

윤광준의 생활 명품 이야기- MINT 오디오 시스템

MP3의 대명사쯤 되는 애플의 아이팟은 2001년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1억 대가 팔렸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60분의 1은 아이팟 사용자란 계산이 나온다. 이제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의 대명사는 아이팟이 된 걸까? 나 같은 아날로그 세대마저 슬금슬금 MP3의 매력에 눈 돌리게 되는 ‘변절의 물결’을 막을 방법은 없다.

80G 용량의 하드디스크만 있으면 무려 2만 곡 정도의 음악을 담을 수 있다. 2만 곡이라…. 보통 사람들의 음악 취향이라면 평생 들어도 다 못 들을 양이다. CD 몇 장을 사면 금방 10만원이 넘는다. MP3를 볼때마다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순혈주의자의 갈등은 이래저래 커져만 간다.

그렇다고 내가 MP3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내 관심의 가장 큰 원인은 음질이다. 압축방식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MP3는 그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뭔가의 미진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메이커들은 바보가 아니다. 고급 사용자들의 볼멘소리를 흘려버릴 리 없다. 아이팟의 최신 기종은 CD의 음악정보를 비압축 저장하는 기능까지 담아놓았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MP3 플레이어가 이론적으로 CD와 같은 음질을 재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MP3의 기능에 주목한 여러 메이커의 발 빠른 대처는 당연하다. 이어폰으로만 들어야 하는 아이팟을 일반 오디오 시스템으로 바꾸어주는 기기들의 유행. 미국의 보스, JBL, 알텍 랜싱, 일본의 야마하, 파이어니어 같은 메이커들의 제품이 벌써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세계가 알아주는 IT 강국의 자존심을 구길 리 없다. 내가 확인했던 외제 아이팟 도킹(아이팟을 얹어놓으면 바로 작동) 시스템에 비해 월등한 성능과 디자인을 지닌 국산 브랜드 MONDO가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MINT의 음은 눈이 귀를 믿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MP3의 선입견을 단번에 깨부술 만한 음질에 매료당했다.

매끈한 흰색 스피커의 단단한 재질감과 단순한 형태의 도킹 앰프, 이를 조정하는 무선 컨트롤 유닛이 시스템의 전부다. 책상이나 거실 탁자 위에 놓아두면 그 자체로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이 된다. 아이팟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트북이나 PC에 담아놓은 음악도 들려주기 때문이다. 복잡한 전선의 연결도 필요 없다. MINT는 무선으로 연동되는 성능까지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오디오도 진화한다. 문제는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완고한 의식이다. 익숙한 것, 알고 있는 것만을 고수하는 관성의 습속 때문이다. 잘 모른다는 두려움은 현재를 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첨단의 물건들은 누구나 처음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형태가 아닌 본질은 생각보다 쉽게 파악되는 속성이 있다.    


윤광준씨는 사진가이자 오디오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체험과 취향에 관한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에세이로 바꿔 이름난 명품 마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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