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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노사정 대화 왜 복귀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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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 대화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충돌로 치닫던 노사정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인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노사정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 대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노사정 대화 복귀를 결정한 것은 극심한 내부 분열로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이 위원장의 공약사항인 노사정 대화 복귀가 무산될 경우 지도부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또 민주노총 자체가 극단적인 분열상을 보일 가능성도 컸다. 17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대화에 반대하는 위원들조차 지도부의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격 세력의 방해로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안 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지도부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되는 것을 막으려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도부는 그동안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야만 국회에서 현재 법안대로 강행처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반대파를 설득해 왔다.

민주노총은 최대한 빠른시일내 노사정 대표자회의 개최를 요구할 방침이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원래 노사정위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협의체다. 민주노총은 대표자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먼저 논의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을 통해 절충할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사용자가 민주노총의 이 같은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노동부 정병석 차관은 "비정규직 법안은 여야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다시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안을 수정한 여당 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재계가 민주노총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월 비정규직 법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막기 위해 민주노총과 연대했던 한국노총도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월 처리는 미루되 4월 처리에 노력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기 때문에 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법안 내용을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겠지만 더 이상 일정을 미루기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 4월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되면 모처럼 잡은 대화 분위기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노투 등 과격세력은 이번 중집위의 결정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폭력사태를 주도한 전노투를 조직에서 정리할 방침이다. 전노투에는 민주노총 내 강성 노조원들도 있지만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회운동 단체, 철거민 단체, 학생운동 세력이 포함돼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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