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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핵쇼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련군이 東獨에서 철수하던 90년말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망명의사를 밝힌 한 소련군 청년장교로부터 스커드 핵 탄두 한개를 50만마르크에 팔아달라는 흥정교섭을 받았다.
길이 3m,폭 2m,무게 7백㎏짜리 이 탄두는 그 위력이 히로시마 원폭을 훨씬 능가했다.美國의 한「핵전문가」주도아래 교섭이 시작됐다.작전의 암호는「고삐 풀린 대포」였다.91년 7월 약속된 인도날짜를 한달여 앞두고 이 청년장교로부터 영 영 소식이 끊겼다.
이후 러시아의 혼란을 틈탄「核 뒷마당 세일」의 악몽은 가실 날이 없다.러시아 마피아들이 군사기지에 침투,핵을 훔쳐 암시장에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5월 남부獨逸 한 가정집 차고에서 농축 플루토늄239 소량이 적발됐다.11일 독일 바이에른경찰당국은 농축우라늄 235 소량과 거래연루자 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농축우라늄은 6~10㎏,플루토늄은 8㎏정도면 핵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다.적발된 핵물질은 견본용 소량이다.그러나 바이에른경찰이 적발한 방사성물질 밀수는 작년에 1백23건,러시아당국에적발된 핵절도 미수만도 47건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한 연구소에서 고농축우라늄 2㎏이 분실돼인터폴(국제경찰기구)이 이를 추적중이다.
中東및 남아시아국가,그리고 국제테러집단 등이 다투어「핵쇼핑」에 나서「고삐 풀린 핵」은 冷戰이후 세계 최대의 단위위협으로 등장했다.
이같은 핵 暗賣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능력밖이다.IAEA의 본질적 기능인 핵검증 역시 당사국의 자발적인 협조가 중요한 열쇠다.93년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몰래 추진해온 핵개발계획을 고백하고 IAEA에 검증토록했다.모든 기록과 관련기술진에대한 접근이 허용됐음은 물론이다.남아연방의「고백」을 IAEA가대충 검증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北韓내 문제의 핵시설에 대한 완전접근이 허용되더라도 IAEA가 중요한「혐의사실」을 밝혀내는 일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한다.숨기려는 의도가 있을 경우 더말할 나위도 없다.
브루킹스의 핵전문가 브루스 블레어는 IAEA의 검증은 사실상「불가능한 임무」라며 새삼 의문을 제기한다.상호신뢰가 구축되지않는 한 북한核의「투명성」은 절로 미궁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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