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물갈이 공천' 아직은 소리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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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4일 전체 2백27개 지역구 중 96곳의 단수 유력후보를 잠정 결정했다. 한나라당 공천 레이스가 중반에 접어든 것이다.

공천심사위는 그간 서류심사를 중심으로 교체지수 등을 감안, 전체의 42%인 96곳에서 유력후보를 선정했다. 여기엔 ▶여론조사 없이도 현격한 우열이 가려진 75곳 ▶집단면접 실시 5곳 ▶여론조사 우세지역 16곳이 섞여 있다. 이들 지역은 주로 현역의원.지구당위원장들이 단수 신청하거나 지지도 격차가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공천 물갈이가 이번 총선의 관건이라고 누누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확연한 물갈이 바람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신인이 발탁된 곳이 ▶서울 강동갑 김충환▶부산 부산진을 이성권▶동래 이재웅▶연제 김희정▶수영 박형준▶강원 원주 이계진 등 15곳뿐인 탓이다. 그나마 30대 초반 여성인 김희정씨의 발탁 케이스를 빼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남은 1백31개 지역에서 물갈이를 본격화하려고 한다. 공천심사위는 일단 이들 지역을 ▶추가심사 50곳▶여론조사 재실시 22곳▶경선 실시 2곳▶심사보류 57곳 등으로 분류하고 심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문수 위원장은 "이들 지역 중엔 현역의원의 탈락 가능성이 큰 곳이 있다"고 밝혔다. 대폭적인 '현역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이런 기류로 심사위 측은 예상되는 탈락의원들의 반발에 대비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인 홍준표 의원은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천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약체로 판단된 현역이나 중진들의 경우 자진사퇴를 유도해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심사위는 전략공천도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예컨대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 등이 신청한 서울 강남과 서초 등에는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중량급 인사나 참신한 전문직을 영입한다는 전략이다. 심사위는 또 대구 동을과 대전 서을 2곳에서 후보자 간 경선을 실시키로 했다. 이런 결정엔 경선을 통해 지역의 관심이 한나라당으로 모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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