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치솟는 국제 유가 …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증시가 하루 만에 2000선을 탈환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21.15포인트(1.07%) 상승한 2005.0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중 7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출렁이던 증시가 다시 안정을 찾는 모양세다.

전날 전 세계 증시에 암운을 드리운 건 유가다. 물론 고유가가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그러나 올라도 너무 올랐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11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89달러까지 치솟았다. 결국 소폭(21센트) 하락한 87.4달러로 마감,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2월 말 증시에 충격을 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의 여진이 7월 말 다시 불거진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결국 고유가도 언젠가 다시 위력을 발휘할까 불안이 앞선다.

◆“100달러 시대 온다”=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연봉만 11억 달러(약 1조원)를 받은 전설적인 투자가 미국 BP캐피털사의 분 피켄스 회장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내에 유가 100달러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가 급등세는 지정학적 위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날 유가를 장중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린 것은 터키 의회가 쿠르드족 반군 소탕을 위해 이라크 북부 공격을 승인했다는 소식이다. 이라크 지역의 석유 생산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사자’ 주문이 밀려들면서 유가가 치솟았다. 달러화 약세로 투기성 자금이 몰리는 것도 이유다. 달러화 약세는 상대적으로 실물 자산에 대한 매력도를 높인다. 투기성 자금이 원유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가 상승의 근본적 이유는 중국 등 신흥 시장의 성장세다. 중국은 최근 5년간 연 1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기름 먹는 하마’가 됐다.

◆아직은 감당할 만=그러나 고유가가 증시에 미칠 여파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별로 없다. 유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소득 증가와 그에 따른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민 연구원은 “WTI의 명목 유가(단순 가격)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유가는 여전히 7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GDP) 규모에 비해 원유 소비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분석했다.

또 그간 유가가 올라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국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지수와 두바이유 가격 간의 상관 관계는 0.93(1에 가까울수록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의미)에 달한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다만 “유가가 90~95달러를 넘어서면 1981년 2차 ‘오일 쇼크’ 수준의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