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3집낸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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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은 차트에서 몇 등이지." "얼마나 팔렸대, 대박이야?". 주변에서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흔히 돈과 인기만을 척도로 삼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세속의 물질적인 가치가 어찌 음악적인 성취를 대신할 수 있을까. 오히려 주류 음악계와 멀리 떨어져 활동하는 이들에게서 가난하지만, 진정한 음악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홍대 앞'으로 상징되는 인디 밴드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주제가를 부르며 잠시 뜨기도 했지만 이들의 주된 활동 무대는 언더 그라운드다.

최근 3집을 내고 왕성하게 활동(물론 TV 출연은 꿈도 못 꾸지만) 중인 '3호선 버터플라이'는 인디 밴드 중에선 꽤 관록이 붙은 축에 속한다. 27세 막내부터 37세 최고참까지 멤버 6명의 평균 연령대는 이미 30줄을 훌쩍 넘었다. 멋 모르고 호기에 차서 홍대 부근을 전전하는 20대 초반이 아니다. 이들에게 언더 그라운드란 이젠 삶의 방식이요,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한국 인디 음악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첫째는 음악적 측면. 이 밴드가 이번에 출시한 앨범 제목은 'Time Table(시간표)'이다. 앨범명처럼 수록곡은 한국 록의 역사를 꿰뚫어 보는 연대기 형식으로 돼 있다. 첫 곡 '삐뚤빼뚤 원래 그래'는 복고풍의 리듬이고 '스물 아홉 문득'은 70년대 한국 포크 음악과 닮았다. 뒤로 올수록 최신 모던 록의 경향을 조금씩 보여준다. 때로는 전위적(아방가르드)이어서 우리 귀에 낯설기도 하다.

특히 11번째 곡 '죽여 밟아 묻어'는 시위 현장에서의 여성 노동자들 목소리를 여과없이 틀어주는 등 도발적이기도 하다. 키보드를 맡은 김남윤씨는 "댄스나 발라드 등 뻔한 음악을 하려고 했다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드러머 김상우씨는 "우리도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그러나 대중을 의식하고 음악을 만들진 않는다. 우리를 사랑해준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관습적이고 타성화된 음악을 거부하는 것은 인디 밴드의 존재 이유다.

둘째는 경제적 측면. 이들은 노래를 불러 돈을 벌지 않는다. 각자 직업은 따로 있다. 번역일을 하고, 학원에서 그림을 가르치고 웹디자이너로 일한다. 어떤 멤버는 백화점에서 빵을 팔기도 한다. 음악은 돈벌이와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음악으로만 온전히 남는다.

앨범을 만들 때도 멤버들이 주머니를 털어 제작비를 댄다. 이번 앨범을 위해 이들은 지난해 늦가을 한달반가량 경기도 김포의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을 했다. 스튜디오 대여료는 3백만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요한 하드 디스크 등 장비를 사는 데 1백만원, 식비로 1백만원 등 앨범 하나 만드는 데 든 돈은 고작 7백만원이었다.

지난달 출시된 이들의 3집 앨범은 현재까지 1천5백여장이 팔렸다.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어섰다. 리더인 성기완씨는 "우리에게 1만장은 스타들의 1백만장과 같다. 1만장을 팔아 수익이 생기면 그 돈은 몽땅 다음 음반 제작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디 밴드란 실력이 형편없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고 혹평하는 이들이 있다. 이에 대해 보컬을 맡은 남상아씨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들이 말하는 실력이란 과연 무엇이죠? 산울림의 김창완씨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정말 그림같이 기타를 잘 쳤나요. 진정성은 없이 단지 테크닉만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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