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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재일교포 3세 재즈 샛별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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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일본에서는 '눈(noon.일본명 가와무라 가스미.26)'이라는 신예 재즈가수가 낸 첫 앨범이 화제를 모았다. '베터 댄 애니싱(better than anything)'이라는 제목의 이 앨범은 발매 한달 만에 2만장이 팔려나갔고 올해 1월 일본의 대표적인 재즈 전문지 '스윙저널'이 발표한 인기 차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음악이 전면 개방됨에 따라 그녀의 첫 음반이 4일 한국에서도 출시됐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지 남다른 면이 있다. 애잔하면서도 따뜻한, 다른 가수에게선 좀체 들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이 깔려 있다. 그녀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뛰어난 재즈 뮤지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눈'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은 재일 한국인 3세다. 양친도 모두 재일동포다. 일본인의 피가 섞여 있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친가와 외가 조부모들 모두 일제 시대 때 건너오셨다는 얘기를 들었다.한국어는 할 줄 모르지만 내 자신의 정체성이 한국인이란 사실은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녀는 고등학생 때만 해도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욕망은 너무나 컸다. 하지만 좀 체 사람들 앞에 나서질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따라다녔다. 그래서 무작정 재즈의 본고장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 브로드웨이 댄스 센터를 다니며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던 그녀에게 구원자처럼 나타난 사람 역시 재일 한국인이었다. 현재 일본 재즈계에서 관록있는 여성 가수로 자리잡은 재일 한국인 3세 안셸리가 색깔있는 음색을 눈여겨 보고 일본인 프로듀서를 연결시켜 준 것이다. '눈'은 곧바로 음반 작업에 들어갔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첫 앨범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어 그녀는 현재 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등 일본 전국을 투어 중이다.

'눈'은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재일 한국인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러 숨겼다기보다는 일본인들이 괜히 선입견을 가질까봐 구태여 얘기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재즈 칼럼니스트 권석채씨는 "다른 일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와는 음색이 사뭇 다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큼하지만 목소리는 따스하고 정감이 있다. 어딘가 한국적인 느낌이 스며 있다"고 평가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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