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관람 차별화 작품따라 선호관객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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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최근 연극가에 관객 차별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주부나 대학생,또는 직장인등 특정 관객층이 특정 작품에 몰리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이에따라 흥행성공을 노리는 각 극단들은 작품성격에 맞는 관객층을 겨냥,집중 홍보에 나서는등 차별 화전략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공연중인 연극중 만족할만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작품은 극단 서전의 『리타 길들이기』,극단 전망의『첼로』,극단 판의『다까포』,극단 예군의『외설 춘향전』등 4~5편 정도.이들 흥행작의 특징은 관객층이 분명하다는 것.
공연때마다 입석까지 모자랄 정도로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는『리타 길들이기』(샘터 파랑새극장.연출 박계배)는 20대 초반 관객이 거의 1백%를 차지한다.미용사 출신 유부녀 리타가 개방대학에 입학해 지성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영화『마이 페어 레이디』를 연상케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해학 넘치는 하이 코미디물.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진 것이흥행성공의 비결이란게 극단측의 분석이다.
장두이.윤소정 주연의『첼로』(문예회관 소극장.연출 한태숙)는중년부부의 간통을 소재로 한 여성작가 정복근씨의 창작극.잔잔하면서도 섬세한 여성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주부관객들이 70~80%를 차지한다.낮 공연의 경우 공연시작 1시간전 매진되지만 밤 공연은 관객이 떨어지는데 이는 주부들이 몰리는 공연의 특성이란게 극단 대표 심재찬씨의 설명.
극단측은 처음부터 여성연극을 표방하고 주부관객을 겨냥,강남 일대에 전단을 뿌리는등 집중 홍보를 펼친 것이 관객동원에 성공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강남에 자리한 실험극장의 여성연극『셜리 발렌타인』(연출 김동훈)의 경우 주부관객들이 낮공연에만 몰리자 이달들어 밤공연을 대폭 줄이고 낮공연 위주로 공연시간을 변경한 것도 특정관객을 겨냥한 극단측 흥행전략의 본보기.
지난달 남녀배우의 전라출연으로 외설시비에 휘말린 『다까포』(명동엘칸토 예술극장.연출 정하연)는 속칭「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30~40대 중년남자 관객이 줄을 잇고 있다.전위실험극 성격이 강한 이 작품은 「벗기기 연극」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작품성보다는 눈요깃감을 찾는 일회성 관객들이 주로 몰리고 있다.
『외설 춘향전』(바탕골소극장.연출 김혁수)은 20대 초반의 남녀에서부터 40대 중년관객까지 다양한 관객층으로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는 드문 케이스.걸찍한 해학과 풍자가 전편에 넘쳐나면서도 원작자 김주영 특유의 문학성을 유지한 점이 젊은층의 구미에 맞아떨어진데다 「외설」이란 제목이 중년관객을 끌어들이는데 기여해 20대와 40대 관객,두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밖에 50~60대 노관객이 주를 이루는 하늘땅소극장의『나의 가장 나종지니인것』(연출 강영걸)과 신세대 젊은이들이 몰리는 민중극단의 코미디물 『누가 누구?』(연출 정진수)도 특정관객층을 겨냥해 흥행성공을 거둔 예에 속한다.
이에 대해 연출가 박계배씨는『사회가 복잡다기화 되면서 사회 전계층에 공감을 주는 작품제작이 불가능해진 것이 사실』이라며『앞으로는 특정관객층의 현실과 욕구를 정확히 파악,반영한 작품만이 살아남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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