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는 지금 "5년 만에 꽃게 대풍이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연평도에 꽃게잡이가 연일 만선이다. 17일 연평도 어민들이 인근 어장에서 잡아온 꽃게를 선착장에서 손질하고 있다. [연평도=김상선 기자]

"북방한계선(NLL)이 어찌 되나 심란하지만 그나마 올해 꽃게가 많이 잡히니 힘이 나네요."

요즘 오후 2~3시면 대연평도의 당섬 나루터는 부산해진다. 새벽에 바다로 나갔던 꽃게잡이 배들이 연일 만선(滿船)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연평도에서 꽃게잡이 배 2척을 운영하는 김연숙(41.여)씨는 "지난해에는 배 두 척이 하루 500㎏도 잡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평균 4000㎏씩 건져 올린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꽃게 중의 꽃게'라는 연평도 꽃게가 다시 돌아왔다. 서해교전이 있던 2002년 연평해역을 포함한 인천 앞바다의 어획량이 사상 최고인 1만4000여t을 기록한 이래 5년 만이다.

1980년대 들어 연평어장에서 꽃게는 효자 대접을 받아 왔다. 꽃게잡이가 한창일 무렵에는 '연평도에서는 개도 게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중국 배가 연평도 인근까지 몰래 내려와 어린 꽃게까지 마구 잡아간 데다 바다 수온도 낮아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꽃게가 자취를 감추자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인천 앞바다의 꽃게 어획량은 2003년 6500여t에서 지난해는 1900여t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국 배의 불법 어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데다 지난겨울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꽃게의 산란이 많아져 올해 꽃게 풍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반갑다, 꽃게야=연평도 꽃게잡이는 7~8월의 산란기를 피해 봄(4~6월).가을(9~12월)로 나눠 이뤄진다. 연평어장의 올해 봄잡이에서는 어획량이 지난해(5만7000㎏)보다도 못한 4만여㎏에 불과했다.

그러나 9월 1일부터 가을잡이가 시작되자 사정이 확 달라졌다. 9월 한 달 동안 연평어장에서만 21만1000㎏이나 잡혔다. 10월 들어서도 16일까지 16만㎏의 어획량을 올렸다. 연평어장에서만 한 달 반 사이에 지난해 가을 전체 어획량(8만8000㎏)의 4배가 넘는 꽃게를 잡은 것이다.

인천수협 관계자는 "가을잡이가 끝나는 12월 초순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인천 전체의 꽃게 어획량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만t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획량이 늘면서 꽃게값도 뚝 떨어져 경매가는 ㎏당 암게 1만3000원 선, 수게가 7000원 선으로 지난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수온 높아지면서 산란 활발"=꽃게 풍어는 지난겨울 수온이 높아진 데다 꽃게의 서식환경이 개선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해수산연구소의 손명호 연구사는 "지난겨울 수온이 예년보다 1~2도 높아 산란이 활발했고, 어린 꽃게 어획금지, 어장 내 폐그물 청소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둔 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남북 정상이 서해 NLL 해역에 남북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키로 한 것을 두고 걱정도 한다. 연평어장 어족자원의 산란.서식지 역할을 했던 NLL 해역에 남북의 어선이 몰려들면 머잖아 어족자원의 씨가 마를 것이란 우려다.

정기환 기자 , 연평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