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동영 '벗기기 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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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국정감사가 17일 시작됐다. 국무총리 비서실 및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렸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증인 채택과 관련해 박병석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한나라당 이계경·김정훈 의원(오른쪽부터)이 서서 삿대질을 하자 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박상돈 의원(왼쪽부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17일 시작됐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남겨놓고서다. 그래선지 국감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대선 기싸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국감 현장에서는 상대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히려는 두 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로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정동영 벗기기 네거티브 국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건설교통부에 대한 건교위 국감에서 통합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문제점을 주장하는 자료집을 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작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성명서로 응수했다. 감사가 시작되자 의원들은 "경부운하 건설은 국가적 재앙이다"(통합신당 문학진 의원), "야당 후보의 공약이 국감과 무슨 상관이냐"(한나라당 박승환 의원)며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선정 과정에 비리가 있다고 신당 의원들이 주장하면서 말다툼도 오갔다. DMC 논란은 행정자치위의 국감에서도 문제가 됐다.

재정경제위의 재경부 감사에서 통합신당 이목희 의원은 '대한민국 7.4.7 전략' '비핵.개방 3000' 등 이 후보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을 따졌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 후보가 제시한 경제 목표치의 실현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은 즉각 "정치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BBK 주가 조작 사건,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 등에 대한 보도자료를 여러 건 내놓았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보건복지위에서는 이 후보의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의혹,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는 이 후보의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의 타당성을 따지고 들었다.

한나라당은 행자위.법사위 국감을 '정동영 국감'으로 몰아가며 반격을 시도했다. 행자위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가 조직폭력배인 '전주 월드컵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주장했다.

법사위에서도 같은 당 박세환 의원이 정 후보의 주가 조작 사건 연루설을 제기했다. 정 후보가 처남 민모씨를 내세워 주가를 조작한 뒤 민씨에 대한 수사도 막았다는 내용이다. 최근 공개된 한나라당의 선거전략 보고서에는 "(신당 측의 공격을) 기다리지 말고 공격적으로 이슈 파이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몸싸움만 한 정무위=정무위는 이날 아예 열리지 못했다.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 비서실에 대한 국감을 할 예정이었지만 BBK 주가 조작 사건 관련자 증인채택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통합신당 박병석 정무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까지 들고 왔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이를 빼앗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남궁욱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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