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나? 2000P 또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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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00포인트 이후 위태위태하던 증시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났다. 17일 코스피지수는 21.82포인트 내린 1983.94로 장을 마쳤다. 2000포인트에 세 번째 재진입한 지 8거래일 만의 급락세다. 전날 유가 급등에 영향을 받아 미국 증시가 하락한 데다, 중국증시 과열 불안감이 겹친 것이 주원인이었다.

◆중국증시 불안 우려에 한국은 ‘독감’=급락세를 주도한 것은 ‘중국 수혜주’였다. 그중 포스코의 하락세가 가장 컸다. 포스코는 7.47%(5만원) 빠진 61만9000원을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직접 원인이 됐다. 미국 뉴욕증시에 동시 상장된 포스코 주가가 16일(현지시간) 8.6%나 빠지면서 한국 쪽 주가의 급락세는 예견됐다.

포스코 외에도 현대중공업(-3.09%)과 STX조선(-3.79%) 등 올해 증시 급등을 이끌었던 중국 수혜주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과 기계가 6.49%, 4.58% 떨어졌으며 조선업체가 포함된 운수장비도 2.13% 하락했다. 중국 수혜주 중 화학은 유가 급등 영향으로 홀로 1.9% 올랐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그간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랐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증시와 한국의 중국 관련 업종의 주가 상승 속도는 지나쳤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체의 부진도 원인 중 하나다. 지난 12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급 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주가는 도리어 급락했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는 국제유가 탓도 있다.

◆급등 후유증, 당분간 숨고르기=증시에서는 그간 급등했던 후유증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올 8월처럼 국내펀드로 몰려드는 수요가 없을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것이 근거다. 17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연초 이후 38.31%, 중국 상하이지수는 125.62% 급등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10월 초 이후 상승장에서도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많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최소한 이달 말까지는 상승과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11월까지는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며 회복되더라도 2000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연구원 빈기범 박사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감안할 때 코스피 지수가 연말이면 2100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뚫고 올라가면 과열로 볼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발표된 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훨씬 초과하는 것. 우리말로 바꿔 말하면 ‘깜짝 실적’쯤 된다. 기업의 실적이 발표되는 ‘어닝 시즌(Earning Season)’에 발표된 예상 밖의 높은 실적이라 ‘surprise(놀람)’란 단어와 함께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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