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투표한다면] 現의원 90% 물갈이 대상 꼽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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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의 민심은 그곳 현역 국회의원의 90%가 바뀌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호남 의원 94명 중 무려 85명이 교체 희망 대상으로 꼽힌 것이다. 이는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영.호남의 94개 지역구별로 성인남녀 1백명씩 모두 9천4백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부산.대구를 비롯한 영남에선 지역구 의원 65명 가운데 60명(92.3%), 광주를 포함한 호남에선 지역구 의원 29명 중 25명(86.2%)에 대해 '바꿔야 한다'가 '다시 뽑혀야 한다'는 응답보다 많이 나왔다. 영.호남의 지역구별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은 영남 65개 지역 중 61개 지역에서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PK(부산-경남)에선 열린우리당이 2곳(부산 영도.김해)에서 비록 5~6%포인트의 차이지만 한나라당에 앞섰다. 울산의 1곳(북구)에선 민노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의 경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15개, 13개 지역에서 우세, 1곳(광주 동구)에서 백중세를 보여 각축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에선 민주당(우세 11곳), 전북에선 열린우리당(우세 9곳)이 강세나 광주(민주당 우세 3, 열린우리당 우세 2)에선 양당이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바꿔'열풍 드세다=영.호남에선 현역 의원들의 의정.지역구 활동에 대한 불만이 컸다. 94명의 의원 중 53명(56.4%)이 '잘했다'보다 '잘못했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 영남에선 37명(56.9%), 호남에선 16명(53.2%)이 그런 혹평을 들었다.

현역 의원 교체 요구는 그보다 더 컸다. '잘못했다'보다 '잘했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은 의원은 41명이었으나 그중 32명이 교체희망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에 대해서도 '바꾸자'가 '다시 뽑혀야 한다'는 목소리보다 컸다.

'다시 뽑혀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와 '바꿔' 대상에서 빠진 의원은 통틀어 9명이었다. 영남에선 무소속의 정몽준(울산 동)의원과 한나라당 이강두(함양-거창).임인배(김천).이방호(사천).이병석(포항북)의원 순으로 재지지율이 높았다. 호남에선 정세균(무주-진안-장수.열린우리당).이낙연(함평-영광.민주당).김효석(담양-곡성-장성.민주당).정동영(전주 덕진.열린우리당)의원 순이었다.

영.호남에서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경우 모두 교체희망률이 큰 것으로 나타나 그들의 선택에 이유가 있음을 실감케 했다.

◇영남에선 아직 한나라당='정당만을 보고 투표할 경우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물었더니 영남에선 한나라당의 강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냈다. 51개 지역에선 한나라당이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앞서 '확실 우세'로 분류됐다. 10개 지역에선 '경합 우세'(10%포인트 미만)였다.

부산의 경우 금정.중-동구.남구.강서갑 등 12개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확실 우세'였다. 해운대-기장갑.을 등 4개 지역에선 '경합 우세'였다. 경남에서도 진주 등 12개 지역에서 '확실 우세', 양산 등 3개 지역에선 '경합 우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산 영도와 김해에선 열린우리당이 '경합 우세'를 보였다. 울산에선 민노당이 북구에서 10%포인트의 격차로 한나라당을 앞섰다. 그래서 민노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에선 전체 11개 선거구 중 달서갑을 제외한 10곳에서, 경북에선 청송-영양-영덕을 제외한 15개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확실 우세'였다. 열린우리당은 TK(대구-경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2위이나 지역별 지지율은 최대 19%(달서갑), 최소 3%(칠곡)로 PK지역보다 대체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에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접전=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호남에선 전남.북으로 갈라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남에서, 열린우리당은 전북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북에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의 경우 민주당은 담양-곡성-장성과 무안-신안 등 6곳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우세를 보였다. 목포 등 5곳에선 민주당이 '경합 우세'였다. 열린우리당은 순천.장흥-영암 등 2곳에서 '경합 우세'였다.

전북에선 열린우리당이 2곳(익산.김제)에서 '확실 우세', 전주 덕진 등 7곳에서는 '경합 우세'를 나타냈다. 민주당은 고창-부안 1곳에서만 '경합 우세'였다. 그러나 뒤진 곳 중 김제를 제외한 7개 지역의 격차는 2~6%포인트로 비교적 작은 편이다.

광주에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2곳(남구.북구갑)에서 '확실 우세'를 보였고, 1개 지역(광산구)에선 '경합 우세'였다. 열린우리당은 서구와 북구을 2곳에서 '경합 우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에선 양당의 지지율이 똑같았다. 그래서 광주쟁탈전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창운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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