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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으로 즐기는 재건 데이트

중앙일보

입력

재건(再建)데이트를 아는가? 재건데이트란, 별다른 놀이문화도 용돈도 부족했던 1960~70년대의 가난한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키우는 데이트 문화를 말한다. 광화문에서 삼청동까지 무작정 걷기만 했던 2시간의 데이트. 하지만 당시의 젊은 연인들에게는 지금도 잊지 못할 그저 좋기만 한 했던 시절.
그때의 재건 데이트가 부활한다면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어디를 가서 어떻게 즐길까? 정말 단돈 1만원 한 장으로 데이트를 할 수는 있을까? 하지만 가능한 일이다. 사랑과 정성만 있다면! 그 방법은 여기 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말타기

서울경마공원의 입장료는 주말 800원, 평일은 무료다. 그리고 공원 내에 모든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대부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흔히 남자성인들만의 레포츠 장소로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알뜰파 연인과 가족들의 나들이 명소다.
공원 안에는 넓은 잔디밭과 국제규격의 잔디축구장, 호수, 인공폭포, 어린이놀이터, 마사 박물관(입장료 천원),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 놀이시설로는 자전거 전용 도로, 어린이 놀이터, 조랑말 체험 승마장, 승마 시뮬레이터 등을 갖추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돗자리와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는 사실!
연인과 경마에 베팅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베팅은 한 번에 100원~10만원까지 가능하다. 즉 1만원에서 두 사람의 입장료 1,600을 제외한 모두를 베팅했을 때, 운만 좋다면? 물론 그 반대로 집까지 걸어올 수도 있지만…. 아무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임진각 기차데이트

우선,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준비 하자. 준비물은 김, 계란, 김치, 멸치(마른만찬 아무거나 좋음), 콩, 참기름…. 고슬고슬 잘 지은 밥에 준비된 음식을 섞어 주먹밥을 만든다. 그리고 가방에 주전부리(4,000원)가 될 만한 음료수와 삶은 달걀, 과자 등 간식거리들을 담아서 출발하자.
-5,600원 기차표(편도1400원*2인*왕복) : 신촌역에서 문산 방향 기차표를 끊는다. 철커덕 거리는 통일호를 타고 우리가 갈 곳은 임진각.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임진각은 서울에서 가깝고 저렴한 가격으로 의미 있는 거리를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임진각 입장권 무료 : 임진각에 내리면 그 유명한 ‘자유의 다리’를 볼 수 있다. 자유의 다리 끝에는 더 이상 갈 수 없도록 철조망에 쳐져 있는데, 철조망 빼곡히 노랗고 빨간 천 조각들이 걸려 있다. 자유의 다리 아래에는 한반도 모형을 한 연못이 조성돼 있어 연인들이 손잡고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음 코스는 임진각 주변에 있는 ‘바람의 언덕’. 연인과 함께 꼭 걸어보도록 하자. 절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도시락 먹기 : 임진각 뒤쪽은 통일공원이다. 이곳에서 연인을 위해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감동을 주자.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도시락을 먹는 재미는 둘이 죽어도 모를 만큼 꿀맛일 것이다. 식후에는 잔디언덕을 따라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처럼 맨발로 잔디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도 잔돈이 400원이나 남는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4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은가?

■종로의 맛집 데이트

종로에는 영화관, 맛있는 음식점,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우선 종로에 있는 가까운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자. 헌혈을 하면 영화 상품권을 준다. 그 티켓을 들고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시장기가 돈다.
그럼 맛 집을 찾아 고고! 종로와 동대문 일대는 싸고 맛있는 집이 많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걸어가 보면 알짜배기 맛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종로2가 낙원상가 옆, 파고다 공원 후문 사이에 위치한 식당의 황태국· 선지국은 각각 2,000원이다. 종로 탑골공원 정문 옆 파출소 골목에는 콩비지(2000원)와 닭곰탕(2500원)이 있다. 이 식당들을 찾기 위해 골목을 들어서면 작은 벼룩시장처럼 오래된 물건들을 파는 노점들이 여러 곳 눈에 띈다. 낡은 지포 라이터에 오래된 시계까지…. 밥을 먹고 나와 근처를 둘러보며 그득하게 부른 배를 꺼트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가까운 을지로입구 외환은행 본점 후문, 신흥증권 건너편에는 할머니 국수집(2000원)이 유명하다. 남은 돈으로는 가까운 청계천과 남산으로 알짜배기 재건데이트를 떠나는 것도 좋겠다.

정유진 객원기자 yjin7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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