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제조 기술 北에 유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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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핵무기 제조 기술을 북한에 유출한 사실을 수사 당국에 자백했다고 2일 파키스탄의 데일리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도 2일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아무리 부인해도 북한에서 오랫동안 상당한 규모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진행돼 왔다는 것에 대해 미 정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 "많은 나라가 고농축 우라늄을 통해 핵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쉽게 핵 개발 과정을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6자회담이 진행되면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 개발 프로그램도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고농축 핵 개발 프로그램이 제2차 6자회담을 여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을 폐기하도록 시간을 갖고 인내심 있게 북한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그런 방법으로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에는 경제 회생이나 개혁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의 데일리 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칸 박사 등 과학자 다섯명이 핵무기 제조 기술을 국외로 유출, 북한.이란.리비아 등에 이 기술이 넘어가도록 하는 데 관여했다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은 칸 박사가 97년 북한과 접촉을 시작해 모두 13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핵 기술 제공 대가로 북한에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칸 박사는 72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우라늄 농축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네덜란드 당국은 76년 그가 파키스탄으로 귀국한 뒤 원심분리기 설계도 등 핵무기 제조 기술을 훔친 혐의로 결석재판에 회부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칸 박사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핵 기술을 해외에 판매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보에 따라 지난달 칸 박사를 자택연금 상태에서 수사해 왔다.
이재학.예영준 기자ljh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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