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일본 뱃길 관광객 逆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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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항을 통한 한일 관광객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일 뱃길을 이용해 부산으로 오는 일본인 보다 나가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있다. 2002년 나타나기 시작한 역전 현상이 지난해 두드러졌다.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관광업계가 내놓은 값싼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행 관광객이 증가하는데 반해 부산으로 들어오는 일본인은 줄고있기 때문이다. 또 부산권이 이젠 일본인에게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일본행 교통편 만원=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2002년 부산항을 통해 입.출항한 승객(73만2천여명) 중 한국인이 외국인을 처음 앞질렀다. 한국인은 37만 명, 외국인은 35만 명이었다.

2003년은 한국인이 크게 늘어 47만5천여명(58.6%)이나 됐다. 외국인의 경우 95% 이상이 일본인이다.

특히 부산에서 하카다.시모노세키 등 큐슈 지역으로 가는 한국인이 80%를 넘는다. 큐슈지역은 항공기로는 50분, 쾌속선으로도 3시간 이면 도착한다.

또 김해공항에서 출국한 한국인은 51만4천여명으로 입국 외국인 30만5천여명에 비해 20만8천여명이나 많았다.

부산 롯데호텔에 투숙한 일본인 관광객은 2001년 16만9천여 명에서 2002년 15만4천여 명, 2003년 13만여 명으로 줄었다.

◆ 일본행 상품 만발=부산권 주민을 겨냥한 일본 관광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온천관광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제는 도쿄 디즈니랜드.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등 테마파크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또 골프상품에 이어 나가노.아키타 지역의 스키상품, 홋카이도 눈축제 상품 등의 다채로운 상품이 줄을 이어 나온다. 특히 배편을 이용한 저렴한 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호텔.온천.식당 등 일본의 풍부한 관광 인프라도 여행상품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돼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여행하기가 그만큼 쉬워졌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온천.테마파크.쇼핑과 함께 사업상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본에 가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 왜 안오나=관광업계에 따르면 80년대까지 저렴한 '유흥 문화'가 일본인에게 매력적이었으나 이젠 비용이 부담이 되는 등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신 일본인들이 관심을 끌 만한 관광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용두산공원.자갈치시장.태종대를 둘러보고 경주를 다녀오는 정도라는 것이다. 바가지 상혼과 불친절, 부족한 관광 인프라, 북핵 문제 등도 일본인 관광객이 찾지 않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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