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한국 스턴트맨 원조 김춘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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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절벽 위에서 격투를 벌이던 악당이 50여m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한다.고속질주하는 승용차에 받힌 주인공의 몸이 허공으로 튀어오른다.폭발사고 현장에서 온몸에 불이 붙은 악당이 비틀거리며걸어나온다.
TV드라마나 영화의 단골메뉴인 이들 액션장면의 실감나는 영상을 위해 얼굴도 없는「가짜 역할」을 목숨까지 내놓고「진짜로」연기하는 사람들이 스턴트맨이고 그들의 원조가 金春植씨(41)다.
79년 MBC-TV의 묘기대행진에 출연,던진 사과를 발로 받는 묘기를 선보인 것이 계기가 돼 시작한 스턴트맨 생활이 15년째 이른다.
『스턴트를 시작할 당시 추락장면을 찍기위해 인형을 던질 정도로 불모지였어요.모험을 좋아해 몸 하나만 믿고 뛰어들었죠.』 지금까지 출연한(물론 대역으로)방송드라마가『조선왕조 5백년사』『전설의 고향』『도깨비가 간다』등 20여편으로 경력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스턴트맨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는 영화계에서는「모시기 쟁탈전」을 벌일 정도로 「알아주는」인 물이다.
그에 걸맞게▲8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달리는 자동차 뛰어넘기▲공중회전차기로 풍선 6개 터뜨리기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實演」기록도 10여개나 갖고 있다.
13m높이에서 맨몸으로 땅바닥에 뛰어내리는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
여덟살때부터 시작한 중국권법 영춘권을 비롯,태권도.합기도.검도등 10여가지 무술을 합쳐 공인 50단을 넘으며 특히 격투기는 가라데 명인 최영의의 수제자를 2회에 KO시켜버린 경력을 가지고 있고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 스턴트 분야가 여전히 원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20여m높이에서 라면박스 위로 뛰어내려야하는 형편이니까요.제작시간에 쫓겨 무리한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도 자주 나고요.특히 방송은 영화보다 준비기간이 짧아 더욱어렵습니다.』자신도 연기하다 코뼈가 두번 내려앉고 장파열에 갈비뼈에 금이 간 경험이 있지만 그 정도는 거의「무사고」나 다름없단다. 이제는 무술감독까지 겸해 편당 3백만~7백만원 정도의개런티를 받는 거물이 됐지만 직접 연기하기보다는 후배들 지도에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모험이 좋아 결혼까지 포기하고 독신을 고집하고 있는 그는 현재 스턴트 경험을 바탕으로 액션영화『뽕짝』의 감독을 직접 맡아제작준비에 한창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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