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각>가짜 미술품 공급자.수요자 모두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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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가짜 미술품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는 동서고금에 늘 있어 왔던일이다.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가짜 미술품 시비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특히「安堅의 달」을계기로 일부 고미술상들이 자기들이 소유한 터무 니 없는 가짜 그림들을 안견의 眞作이라고 주장하면서 출판물과 집회를 통해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매도해온 일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없던유별난 사례라 할만하다.그들의 방법이 너무나 교활하고 집요해서혹시 앞으로 가짜미술품들을 거침 없이 유통시키기 위해 전문가들의 입을 막아놓고자 하는 음흉한 흉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아무튼 가짜 미술품 문제는 이제 일과성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려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어 경종을 울려 둘 필요성과 책무를느끼게 된다.특히 박물관과 미술관,개인수집가들이 늘고 있는 요즈음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짜 미술품은 부당한 상품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전제로 하여 생겨나게 마련이다.또한 반드시 애호가를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다. 젊은 미술가들이 훈련을 위해 옛 대가들의 작품을 倣作하는 것은 가짜를 만드는 행위와는 구분된다.그들의 행위는 예술적성장을 위한 순수한 것이며 옛날 작가들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가짜 낙관을 하는 일은 결코 없다.그러나 가짜 제작자들 은 당치않은 작품에 유명한 작가의 이름을 써넣고 도장까지 찍어서 세상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범죄행위를 서슴지 않는다.또한 그들은 가짜를 식별하는 능력을 지닌 전문가들을 경계하고 미워한다.자기들의 원활한 상거래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때문이다.
가짜미술품은 속성상 잘 팔리는 유명한 작가의 것들이 많이 만들어진다.비싸게 팔리고 이익을 많이 남겨주기 때문이다.
또한 속이기 쉬운 것들이 많이 만들어진다.이 때문에 판별이 비교적 용이한 현대작가들의 경우보다는 일반이 잘 모르는 옛날 것들이 더 많이 날조되고 유통되게 된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회화.서예.불상.도자기.금속공예등 미술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가짜작품들이 범람하고 있다.특히 회화와 서예.도자기분야는 더욱 심한 경향을 띠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비단 우리나라 미술품들만이 아니라 中國의 가짜미술품들까지 대량 유입돼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어 경계를 요한다.심지어 서양의 유명 경매회사에서 팔리지 않은 섭치(타作)와 가짜들까지 들어와 소화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 하다.
얼마전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고미술상 몇 사람이 개최한 韓中古書畵展에 출품된 작품들은 태반이 가짜여서 전시회를 관람한안목있는 분들이 혀를 차면서 한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가짜 미술품의 횡행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선의의많은 미술애호가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국민과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며,미술시장을 얼어붙게 하고,아까운 외화를 낭비케 한다.그러므로 가짜 미술품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정부는 상습적인 가짜미술품 제작자와 거래자를 발본색원함으로써문화의 정도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차적으로는 가짜미술품의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가장 큰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공급자는 쉽게 일확천금하려는 지나친 욕심과 남을 속이려는 비뚤어진 양심 때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며 수요자는 안목이 낮고 식견이 좁으면서도 자신을 과신하는 교만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수요자가 어리석게 계속 속으면 가짜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가짜 미술품으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미술품수집가 스스로진안(眞안)을 판가름할만한 능력을 갖추거나 실력있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공신력있는 감정기구가 설치될 경우 그 보증을 받는 일도 권장할만하다.그러나 이 러한 일들이 쉽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가짜와 진짜를 식별할 수 있으려면 훈련된 날카로운 눈,미술의역사를 종횡으로 꿰뚫는 전문적인 지식,높은 안목,넓은 식견,명작을 많이 본 풍부하고 오랜 경험,욕심을 버린 겸허한 마음등을고루 갖추어야 한다.
***수요자 안목도 중요 그래도 실수할 위험성은 항상 주변에도사리고 있다.전문적 훈련을 받거나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눈 나쁜 상인들이 자기소유의 가짜를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진짜라고 우긴다면 그것이 어찌 국민을 우롱하고 사회를 기만하는 범 죄적인 행위가 아니겠는가.
닭은 닭일뿐 꿩이 될 수 없듯이 가짜는 가짜일뿐 진짜가 될 수 없다.우리 모두가 부질없는 욕심을 과감하게 버리고 참된 미술문화를 일구어가기 위해 항상 겸허하고 진실해야 하겠다.또한 미술계와 정부는 가짜 미술품의 출현과 유통을 근절 시킬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한시바삐 마련해야 하리라고 본다.이와 함게 반복하여 가짜 문제를 야기시키는 자,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사기상행위를 하면서 세금을 포탈하는 자,외국의 가짜미술품을 들여와미술시장을 교란시키고 외화를 낭비하는 자등을 일벌백계하는 일도시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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