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주당 폭로만 믿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다룰 국회 청문회(오는 10~12일)를 놓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간단찮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묵시적 공조를 통해 공세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회 권력의 폭거"로 규정했다. 당내 강경파들은 아예 청문회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 등 검찰에 대한 청문회 때는 아예 불참키로 했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정국 반전의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보고 있다. 차제에 열린우리당에 잠식당한 호남 지지세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폭로전을 주도했던 김경재.김영환.조재환.함승희 의원이 청문위원으로 나섰다. 특히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D사의 50억원 제공설'(김경재 의원 주장) 등 새 의혹을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당 특위 관계자는 3일 "총력 투쟁에 나선 후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민도 있다. 판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의혹 제기는 민주당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대신 '5백2억원 대 0원'이란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홍사덕 총무는 "우리는 盧대통령의 의혹을 확정지을 만한 결정적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 그 부분은 청문회를 요구했던 민주당이 밝혀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각 지구당에 지원했다는 불법 자금 의혹을 열린우리당이 쟁점화할 경우 '혹 떼려다 혹 붙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청문회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엔 반응하지 않되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의도적 무시는 선거 구도를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양강구도로 몰고가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 모욕 수단"=청와대도 이날 문희상 비서실장 주재로 관계 수석회의를 열고 야당의 청문회 개최 방침을 성토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야당의 청문회 결정 과정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정파적 이익을 위해 야합하고 남용한 결과"라며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을 공격하고 모욕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검찰의 독립성과 특검의 수사에 대한 악의적 방해 행위"라며 "대통령 흔들기 수단으로 전락한 청문회는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기자<hodor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