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장기침체 위험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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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CEO포럼의 참석자들. 왼쪽부터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종창 기업은행장,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 정광선 중앙대 교수, 메타넷 최영상 사장.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신규 고용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일자리 창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치권 물갈이에 대해서도 반시장적 정서를 지닌 정치 신인들이 많아져 상당한 세력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CEO포럼(공동대표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3일 포럼 멤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경제동향 및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응답자는 57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년 연장과 신규 고용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응답한 CEO의 86.2%가 이 같은 정책은 고용창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신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42.6%)와 경기회복을 통한 고용수요 증대(27.9%) 등 시장원리에 입각한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이들 중 절반가량(54.1%)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개혁과 관련,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 등 반시장적 정치세력의 확대'가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선거공약 남발과 이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34.4%)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이에 따라 CEO들은 오는 4월 총선 이후 기업의 고용.투자 환경이 지금보다 별 차이가 없거나 더욱 악화할 것(58.7%)으로 전망했다.

한편 2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CEO포럼의 '경제전망 콘퍼런스'에서 CEO들은 한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우리 경제도 장기 침체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과거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폈던 것에 대한 피해를 지금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행남자기 김태형 대표는 "우리나라 경기문제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침체 국면이) 오래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제발표를 한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는 현재 어디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하지 못할 경우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이승훈 JP모건 서울지점 상무는 "한국은 구조적인 문제로 선순환이 깨져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SEI에셋코리아 곽태선 사장 등은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비관할 정도는 아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한국CEO포럼이란=2001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전문경영인 모임으로 1백70여명의 최고경영자와 학계 인사들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유상옥 코리아나 화장품 회장.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공동대표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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