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으로 번진 소모성경쟁-가열되는 현대.유공 유통망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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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륭상사와의 거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유공과 현대정유의대립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미륭상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통보를 인정할수 없다는 유공은 지난24일부터 미륭계열 37개주유소에 직원들을 대기시켜 自社의 폴사인과 입 간판등의 철거를막고있다.
현대는 미륭의 요청임을 내세워 5~6명씩의 순찰組를 주유소 주변에 배치,자사상표를 달기위해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유공이「입간판등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에 이어 미륭이 업무방해로 유공을 고발하겠다고 나서 다툼은 이미 법정으로 번 진 상태다.
지난 24일 충돌을 벌여 부상자까지 나왔던 두회사간의 대립이이처럼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데다 자존심 싸움의 양상까지 띠고 있어 폭력사태가 재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유공과 현대가 이처럼 자사간판에 집착하는 것은 달고 있는 상표와 다른 정유사 기름은 팔수없도록 한 현행 폴사인제도 때문이다.또 10월까지 미륭과의 거래를 계속하면서 계약회복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벌자는 것이 유공의 속셈.반면 어 떻게든간판을 바꿔달아 미륭과의 계약을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것이 현대의 의도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와 대리점 확보에 이처럼 필사적으로 나서는 것은 주유소를 통하지 않고는 팔수 없는「석유류」상품의 특성 때문이다.정유사가 아무리 질좋은 휘발유를 만들고 광고를 해도 자기계열의 주유소가 없으면 자기 상품을 팔수가 없는 것이다.쌍용정유에 의해 촉발된 치열한 가격인하경쟁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 점유율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이번 대리점 확보 경쟁을촉발시킨 배경이 되고 있다.
자영 대리점에 대한 확보경쟁은 자영대리점들이 대부분 직영주유소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으로 볼때 지금까지 정유사들이 벌여왔던주유소확보전의 확대판이라 할수 있다.
현재 정유5社의 석유정제능력은 하루 1백57만배럴로 국내수요1백40만배럴에 비해 유종에 따라 일부 공급초과상태에 있다.게다가 국내수요 증가는 연평균 5~6%로 둔화 될 전망인데 비해정유사간 증설경쟁으로 97년께는 생산능력이 2 백50만배럴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시장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할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유통망 확보경쟁이 가격인하나 상품의 질을 높이는 경쟁과는 달리 경쟁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소모적 경쟁이라는 점이다.
정유사들이 무이자로 빌려주는 지원금이나 외상등은 주유소와 대리점들만 살찌울 뿐이지 소비자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오히려 정유사들의 경영을 악화시켜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현행의 비용계산방식의 유가결정 틀아래에서는 그 부담이 어떤식으로든지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또 비생산적인 유통부문에 막대한 재원을 묶어놓는 것은 국민경제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소모성경쟁을「유효경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유도가 절실하다는 바람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鄭在領기자〉 도움말 주신 분=黃斗烈상무(㈜유공 업무담당).辛善基부장(현대정유업무부).李福載박사(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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