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강화는 허구인가-美 경제학자들 4대1 大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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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경쟁력 강화」는 허구의 개념인가.한국사회를 포함해 전세계적인 유행어가 된「국가경쟁력」을 놓고 내로라하는 외국의 경제학자들간에 한판論戰이 벌어졌다.
논쟁의 발단은 美MIT大에서 곧 스탠퍼드大로 옮겨갈 폴 크루그먼 교수가 국제문제 전문 학술잡지인『포린 어페어스』지난 3~4월 통합호에 기고한「국가경쟁력:위험한 강박관념」이란 논문과 잇달아『번영의 상인들』이란 책을 통해『국가 경쟁 력 강화 주장은 오류며 자칫 정책을 잘못 끌고갈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면서일부학자들이 클린턴행정부에 잘못된 처방을 팔고 있다고 공격하고나선것. 이와 관련,최근 발행된 同誌 7~8월호에서 레스터 서로 MIT大교수등 경제학자 4명은 크루그먼 교수의 논문을 반박하는 글을 실었으며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도 再반론을 폈다4대1의 세기적 논쟁을 요약한다.
프레스토비츠 美경제전략연구소장은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에 대해 먼저『이런 크루그먼 교수의 논리는 미국이 기계를 팔고 코스타리카로부터 바나나를 수입할 경우에는 맞다』고 전제,『그러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60억달러의비행기를 구입한 것과 같이 유럽국가와 미국 모두가 비행기를 만들어 팔수 있을 경우 제로섬의 무역 상황이 전개된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미국의 자동차 수출이 크지 않으며 수입차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수입차의 가격과 질이 美자동차 소매가와 자동차 산업 근로자의 임금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서로 교수는 미국이 공산품 수입에 쿼터를 설정,수입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14%에서 10%로 줄인다면 5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크루그먼의 주장을 계속 반박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미국경제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큰 기업에 비유한 것과 관련,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비판했지만 캘리포니아 버클리大의 스테펀 코헨 교수는『클린턴 정부는 복잡한 문제를정치력의 동원을 위해 그렇게 표현한 것일뿐이며 클 린턴 정부가잘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영국「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벤 스틸 연구원은 또 크루그먼 교수가 유럽의 노동 비용이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오르지 않았다고 했으나 지난 87~93년간 유럽공동체 제조업의 단위당 노동비용은 19% 증가,미국의 5%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인용한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의 논문은 세계무역을 경쟁적인 투쟁으로 간주하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이 논문은 많은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같다.
먼저 프레스토비츠등 반론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지적해둘 것은 이들이 경쟁력 강화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서로교수는 수입을 억제한다면 5백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고용 증가는미국이 해외에 상품을 얼마나 팔수 있느냐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플레를 조장하지 않으려는 FRB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첫째 어느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것인가와 어떤 형태및 어느 정도로 육성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며,둘째 성공적인무역정책이라도 그 결과는 대단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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