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졸속도입 효과못봐 폐지마땅-憲裁결정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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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동안 논란이 분분했던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부의 경제정책 일반 그리고 특히 조세분야에「핵폭탄」이 투하된 셈이다.
헌법불합치란 핵폭탄은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 앞으로의 정책수립에 좋은 轉機가 되기에 이를 잘 활용하도록 정책당국과 납세자가 합심하여 衆智를 모을 것을 촉구하는 바다.
토초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실질적인 위헌결정을 놓고 검토되어야 할 것은 첫째,토초세를 아예 폐지하느냐 또는 부분적으로 손질하여 존속시키느냐,둘째,토초세의 도입및 운영과정에서 우리가 스스로 얻은 교훈이 무엇이냐,셋째,앞으로 토지관련 조세정책을 어느 방향 어떤 내용으로 추진하느냐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토초세 폐지와 관련해서는 필자는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아야 했을 세금이라 주장하여 왔는바 금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토초세를 과감히 폐지하기를 정책당국에 촉구한다.조세정책은 물론이고 어느 정책이든 정책의 성공여부는 첫째,추구하고 자 하는 정책의 목적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룩하느냐와 둘째, 합의된 목적의 달성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제대로 강구하느냐에 달려있다.
토지와 관련된 정책의 목적은 토지소유집중의 억제,그리고 토지투기및 토지와 관련한 불로소득발생의 억제로 요약될 수 있다.
문제는 토초세가 위의 세가지 목적중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하는 데 있으며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데 있다.혹자는 토초세가 80년대말의 투기를 잠재우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 으로 전혀 뒷받침이 없는 주장이다.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면서 납세자.징세자모두에게 고통과 부담을 안겨주는 토초세는 부분적 보완보다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토초세의 도입및 운용,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등 일련의 과정은 정책당국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매우 고귀한 교훈을 몇가지 던져준다.
잘못에 따라 초래되는 엄청난 혼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여타 주요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앞으로 정책의 세련미를 보다 확보하기 위하여 토초세도입및 운용에 대해 우리는 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한다.
정책수립의 졸속,정치논리의 지배,전문가 의견의 무시,愚衆의 감정적 대응등은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수반함이 토초세의 경우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토초세의 도입과정에 관여한 행정부,정당의 관련자들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작년도 정기부과시 납세자의 저항이 크게 나왔을 때 각 정당과 정책당국이 어떤 주장을 펼쳤는지 한번 공식적으로 짚어보기를 촉구해 본다.토초세의 도입 및 운용에 관 여한 행정부.정당의 관련자를 찾아내 창피를 주거나 처벌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정책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앞으로 정책입안자들이 누구든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고 평가를 받게끔 하는 것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과 불필요한 비용 을 막거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토초세 헌법불합치 결정을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조세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세정책이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조세정책이 부동산 문제만의 해결을 위해 운용될 수는 없으나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목표의 달성에 세제만큼 강력한 정책수단은 없다.따라서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과 관련된 조세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 대두될 토지문제 해결의 첫걸음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지관련 새로운 조세정책은 또다시 졸속으로 수립되어서는 안되며 그 효과를 단기에 보겠다고 과욕을 보여서도 안된다.다음에 제시하는 세가지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시정하는 노력을 하면 충분하다.
첫째는 부동산과 관련하여 취득 및 이전에 높은 세부담이 가해지고 있는 반면 보유에 대한 과세가 약한 것이 현행 세제의 구조적 문제다.따라서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이전에 대한 과세는 대폭 인하해야 한다.
둘째는 과표현실화율이 전반적으로 낮으며,지역별.자산종류별로 과표현실화율이 달라 세부담 불공평이 크며,과표가 행정부에 의해결정돼 조세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다.
금번 토초세 헌법불합치 결정의 중요 근거중 하나는 조세법정주의의 위반이다.과표는 세율과 더불어 세부담을 결정하는 요인인데세율은 국회를 통과한 법에 규정되어 있으나 과표는 행정부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기에 조세법정주의에 반하므로 국회가 과표에대해 보다 구체적 결정을 하도록 해야한다.부동산 세제와 관련한세번째 문제점은 자산종류간에 실효세율이 크게 달라 자산선택에 왜곡이 초래될 뿐만 아니라 세부담에서 불공평이 야기되고 있다는점이다. 토지와 건물 세부담의 상대적 크기는 토지의 세부담이 건물의 세부담보다 높아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로 건물의세부담이 토지의 세부담보다 높다.앞으로 이 점은 필히 시정해야한다. 헌법재판소의 토초세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부동산관련세제의 재정비에 큰 전기가 되도록 해야한다.앞으로는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발 전문가들의 견해가 존중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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