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紅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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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紅은 본디 꼭두서니라고 하는 풀뿌리에서 뽑아낸 염료로 염색한「붉은 실」을 뜻했던 것이 후에는 「붉다」라는 형용사로 쓰이게되었다.塵은 사슴(鹿)이 무리를 지어 달리면 흙(土)먼지가 하늘을 덮는다는 뜻에서 나온 글자다.곧 紅塵은 「 붉은 먼지」가된다. 그러나 원래 紅塵은 도시의 번화한 모습을 두고 한 말이었다.班固(반고)는 도읍 長安城의 번화한 모습을 묘사한「西都賦(서도부)」에서 『紅塵이 사방에서 일고(紅塵四合) 밥짓는 연기가 구름과 붙어있네(煙雲相連)』 라고 했다.
옛날 길은 비포장 도로였다.얼마나 사람과 말이 많았으면 흙먼지가 사방에서 일어날까.워낙 먼지가 많이 일어 그의 눈에는 아마도 검붉게 보였던 모양이다.그러나 사람이 많다 보면 일도 많은 법.다투고 지지고 볶고…이 모든 것이 深山幽谷 (심산유곡)에서 佛道에 정진하고 있는 스님의 눈에는 사바세계의 참모습으로비치는 것이 아닐까.그래서 紅塵은 佛家에서 「俗世」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만치 속세를 멀리 하고(隔斷紅塵三十里) 구름과 나무를 벗삼아 유유자적하네(白雲黃葉共悠悠)』 스님을 묘사한 朱子(주자)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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