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금‘전시시설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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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주도가 ‘전시시설 천지’로 변하고 있다.

제주도가 박물관·미술관 등 전시시설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을 내세운 전시시설이 급증, 1~2년 안에 50여 곳이 성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 위부터 아프리카박물관,도깨비공원,테디베어박물관.

천혜의 자연 절경에 의존하는 관광에 머물지 않고,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전시시설이 잇따라 들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전시시설은 제주 관광 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로 평가받기도 한다.

◆전시관·박물관·미술관 급증=유리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형 박물관 ‘유리의 성’이 지난 달 27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3만3000여㎡에 착공됐다. 내년 8월까지 공사를 끝내고 10월 문을 열 계획이다.

인류와 함께 했던 유리의 역사·문화·기술을 보여 주고 세계 각국의 유리 관련 제품 150여 점과 유리로 제작된 각종 문화상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자동차·개 등을 소재로 한 4~5개의 전시시설이 최근 부지를 찾는 등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시시설이 국·공립의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교육박물관, 제주대 박물관, 서귀포 기당미술관 등 6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각종 테마의 전시시설이 속속 등장,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전시시설은 박물관 16개와 미술관 6개, 전시관 12개 등 모두 36곳에 이른다.

 1987년 개원한 서귀포시 제주조각공원과 2000년 대 들어 생긴 석부작 테마공원과 제주돌하르방공원, 도깨비공원 등 4곳도 지난 달 초 박물관으로 정식 등록했다.

 홍성보 제주도 문화재보수담당은 “이점이 많아 기존 관광업소도 박물관·전시관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며 “새로 개장하려는 박물관·미술관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3년 후면 전시시설이 5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박물관 등 왜 많아지나=‘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전시소장품이 60점이 넘고, 전시실이 82㎡를 넘으면 박물·전시·미술관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그리고 박물관·미술관으로 등록하면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취득세·등록세를 감면받고, 전기요금을 50% 할인받으며, 입장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면제받는다. 운영 업체로선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신설을 준비하는 사업자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설 전시시설은 이름만 박물관·미술관·전시관이지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일부 국·공립 시설을 제외하곤 대부분 영세해 학예사·연구사조차 없다. 관람객으로선 전시물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는 것도 어렵다.

 정세호 제주도박물관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설 전시시설은 대다수가 영세해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고용 지원 등을 통해서라도 전문인력을 확충해야만 문화시설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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