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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자에 먹줄·대패질 배우며 손수 한옥 짓는 날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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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목장 전수교육조교 김영성(맨 왼쪽)씨가 한옥 전문인력양성과정 수강생들에게 먹칼 만들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먹줄을 퉁겨서 범위를 잡은 다음에 대패로 둥그렇게 깎아 보세요.”

 지난 7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옥과면 나무 작업장. 400㎡가량 되는 패널건물에 20여 명이 모여 대들보를 만들고 있다.

 전남도가 한옥 건축 전문인력양성 사업의 하나로 개설한 초보 대목 강의 현장이다. 대목은 집 짓는 일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목수을 말한다.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전수교육조교인 김영성(51)씨가 대패질을 해 보이자 수강생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

 강의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다. 9월 1일 시작해 이 날이 12일째다.

 그 동안 대패·끌·먹통 같은 연장 실습을 하고 한옥 평면도와 종단면도 그리기 수업이 이어졌다. 각자 먹칼을 만들고 집터 잡기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내년 2월 말 수업이 끝날 때면 삼 칸짜리 조그만 집이 강의장 옆에 들어선다. 조교 김씨가 수강생들과 함께 아예 새로 한옥을 한 채 지으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 중에도 주문한 목재나 방돌 같은 것이 들어오면 그 특성을 설명하고 거들어 나르기도 한다.

 김씨는 대목이었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17세 때부터 대목장 기능보유자인 고택영(1914~2004)선생에게 배웠다. 문화재 수리 기능자로 완도 화암사 등 수 십 채의 문화재를 보수하고 용인의 법륜사, 광양의 삼광사 등을 지었다.

 2000년 초 기능보유자 바로 아랫단계인 전수교육조교가 된 그는 고향 곡성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제자를 기르는 데 열중하고 있다.

 김씨는 “전남도의 한옥 보급 정책에 공감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강사로 나섰다”며 “한옥을 짓는 전통기법을 제대로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2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까지 공무원·사업가·대학원생·주부 등으로 다양하다.

 기술을 배워 자신의 한옥을 직접 짓겠다는 교원도 있고, 대규모 한옥단지를 조성하려는 사업가도 있다. 한옥 조성 붐을 타고 직업을 바꿔 보려는 이들도 있다. 참가 동기는 다르지만 대목장이 되겠다는 꿈은 모두 똑같다.

 수강생 모임 대표인 김순식(49·보성군)씨는 “제재소를 운영하며 목재와 한옥에 관심을 가지다 수강하게 됐다”며 “집을 지으면서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성희(42·곡성군)씨는 “예쁜 한옥을 짓기 위해 남편과 함께 나오고 있다”며 “한옥 짓기 공부를 하면서, 길을 지나다 한옥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건축사인 전우석(42·영암군)씨는 “평소 설계도면을 많이 그리고 있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한옥을 짓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옥 지원 사업=전남도는 곡성 이외에도 영암에서 목조건축직업전문학교에 맡겨 한옥 건축 전문인력 양성과정(6개월 52일 강좌)을 운영 중이다. 전남도의 지원으로 수강료를 안 받는 데다 뛰어난 기술자에게 배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전남도는 강좌의 성과를 분석해 내년에도 3월께부터 초급반과 중급반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한옥지원조례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한옥발전기금 200억 원을 조성, 한옥 보존과 건립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한옥을 신축·개축하거나 개·보수를 원하는 건축주는 연리 2%의 융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올해 한옥 신축 보조금 예산 7억5000만원을 확보, 가구당 200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올해 구례 수락마을과 함평 나비골마을 등에서 68동을 짓고 있다. 이달 중 한옥위원회를 열어 한옥보존시범마을 6곳 106동을 추가로 심의 확정하고 보조금을 줄 계획이다. 전남도는 내년에 한옥시범마을에 100동을 지을 계획이다. 한옥 100가구 규모의 대단위 ‘행복마을’ 조성도 추진 중이다.

 전남도의 정한민 한옥담당은 “한옥 건립 활성화를 꾀해 체류하는 관광자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며 “한옥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의 전화 061-286-3551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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