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함형수 未발표작 5편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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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정주.김동리.김달진등과 함께『시인부락』의 동인으로 활동했던故 함형수시인의 국내 미발표 시 5편이 발굴됐다.
인천대 오양호교수는 지난해 7월 연변대학 조선족문학부 권철교수로부터『만주시인집』에 실렸던「나의 신은」「귀국」「나는하나의손바닥우에」「비애」등 4편을 입수한데 이어 올해 5월 연세대 중앙도서관 소장『滿鮮日報』영인본(1940년 6월30 日字)에서「정오의 모랄」을 추가로 찾아내『文學思想』8월호에 공개했다.
함형수는 36년『시인부락』의 창간멤버가 되어 창간호에「해바라기의 비명」을 발표하면서 잠시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나 40년을전후해 만주로 이주한데다 45년 해방직후 32세의 나이로 요절하는 바람에 문학사의 변두리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불우한 시인. 이번에 공개된 이들 5편의 시는 함형수시인이 국내에서 발표했던 원색적인 인상주의의 초기시들과 전혀 다른 초현실주의의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문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모-랄은 웃는다 모-든 눈물뒤에서/모-랄은 운다 모-든 눈물뒤에서/모-랄은 노(怒)한다 맷돌방아깐에서도/모-랄은 눕는다곡마단 로-프에도/모-랄은 노래부르는 둑거비냐/모-랄은 노래하지안는 꾀꼬리냐/…』(「정오의 모랄」).
『그들은 뭇는다 내가 갓섯던곳을/무엇슬 하엿고 무엇슬 어덧는가를/그러나 내무엇이라 대답할꼬/누가 알랴 여기 돌아온 것은 한개 덧없는 그림자뿐이니/…』(「귀국」).
발굴자인 오양호교수는『함형수에 대해서는 후기시에 대한 고찰 없이 초기시인「해바라기의 비명」한편으로 문학사적 평가가 내려져있다』면서『이번 발굴시를 계기로 평가절하된 그의 문학사적 위치를 다시 찾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교수는 발굴시와 함께 기고한 평론「시인부락파의 북방행과 그시의식」에서 함형수의 초현실주의 몰입을『절망적인 시대상황과 맞서다 일탈한 것』으로 요약하면서『함형수 시인에겐 스스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는 시대라는 거대한 적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이 현실과 야합하지 않고 절망하는 것이었다』고 해석한다.
함형수는 1916년생으로 이번에 발굴된 5편을 포함,모두 38편의 시를 남겼으나 사진 한장,시집 한권 남기지 못한채 사망,본격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다.그의 사망에 대해서도『해방이후 북으로 가서 광적인 마르크시스트가 됐으나 정신착란 증세로 사망했다』는 說과『피난열차를 타고오다 실족사했다』는 說이 엇갈리고있다. 『文學思想』은 25일 발간예정인 8월호에서 함형수의 발굴시 5편과 오양호교수의 평론,함형수와 중앙불교전문학교(동국대문과 전신)동기생인 서정주의 회고담을 나란히 실어 함형수의 인간적인 면모와 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南再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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