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大國 이기주의 재확인-브레턴 우즈 50돌회의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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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무리 정확한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경제상황을 모두 다 반영해낼 수는 없다.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으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 21~22일 워싱턴에서 열렸던「브레턴우즈 창립 50주년 기념회의」에서 美國의 벤슨 재무장관은 브레턴우즈委( 위원장폴 볼커 前 美聯準理의장)가 제안했던 신축적 변동환율제案을 이같은 이유로 정면 거부했다.
그리고 日本.獨逸 등도 미국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세계경제계의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새로운 국제통화제도 개편논의는 더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로써 4백여명의 전세계 석학으로 구성된 브레턴우즈委가 밀어붙였던 신축적 변동환율제는 소수 경제강대국의 반대의사표명 하나로 싱겁게 끝나 장기연구과제로 넘어간 것이다.
신축적 변동환율제란 달러.마르크.엔貨등을 중심환율로 삼아 환율이 일정 범위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하자는 제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던 美.日 등이 예상과 달리 앞장서서 반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새 환율제도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중심환율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IMF가 독자적인 자국의 금융정책 결정권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간섭하는게 탐탁치 않았던 것이다.
또 금리만해도 각국이 집안일만 챙기느라 따로 놀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한층 농도짙은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는 기술적으로도 간단치 않다는게 실무진들의 판단이었다.
여기에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日.獨과 같이 나누고 싶지 않다는미국의 자존심과 거시경제정책의 결정권이 자칫하면 미국에 종속될지 모른다는 日.獨의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IMF와 세계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開途國에 대한 융자규모를 매년 2백억달러씩,향후 10년간 2천억달러로 늘리는 한편효율성과 결과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표명했다.
개도국보다 선진국에 대한 지원에 치우쳐 南北 격차를 확대하고있을 뿐더러 양기구의 업무가 중복되고 조직이 방만해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에 응답한 것이다.
〈鄭學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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