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빈문화시평>지역民放 너무 서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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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위 大亂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공중에선 위성통신이,지상에선 지역 民放이,지하에선 케이블 TV가 은밀하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격동의 방송문화 재편과정을 치르고 있다.20여 채널로쏟아질 케이블 TV가 내년 1월부터 시험방송할 채비를 갖추고 있고 여기에 4개 도시에서 방영될 民放 업체 선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지금 당장 물밑에서 진행중이며 96년 무궁화호가발사되면 위성방송의 새 시대를 열게 된다.
채널이 다양해지고 방송이 다원화된다면 수요자 입장에선 백번 환영할 일이다.국제화.정보화 시대에서 다원적이고 다양한 정보의전문 채널을 확보한다는 것은 긴요한 일이다.그러나 변화의 추진속도가 너무 빠르고 同時多發로 진행중이어서 이 래도 되는지,이럴 경우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를 짚어주는 사전 점검도 없이 허겁지겁 달리기만 하는듯해서 불안이 앞선다.이미 1차 청문회를 끝내고 8월중순까진 民放 최종 업체선정 발표를 하게 되어있다.
현재 5개 밖에 없는 TV채널에 20여개의 채널이 추가로 주어질 때 가장 먼저 예견되는 문제점이 무엇인가.방송사만 허가하고 선정한다고 온전한 방송이 가능한가.누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送出을 할 것인가,방송 인력이 가능하냐는 현실문제 에 우선 봉착한다. 내년초부터 20여 새로운 채널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해야 할 형편인데 여기에 4개 지역민방이 추가될 경우 한 채널에 최소인력 50명을 잡는다해도 줄잡아 1천2백여명의 방송전문인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실정이다.이러니 지금 방송가 에선 억대의 스카우트 비용이 난무하고 있다.그러나 전문인력이란 빤한데 돈만으로 해결될 일인가.방송의 質은 고사하고 절대 소요량을채우기도 어렵게 되어있다.
이렇게 되면 방송의 質이 왜 이꼴이냐는 비난이 당장 쏟아지면서 30%로 제한된 외국 수입 프로그램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없게 된다.
방송매체는 다원화.다양화되었다지만 방송문화는 조금도 개선되지않은채 혼란스럽고 低質이라는 평가만 나올 것이다.
여기에 방송문화의 저질화를 촉진할 또다른 문제점이 예견된다.
현재 4개 지역 民放 참여 희망 업체가 23개사인데 특이하게도 그중 절반인 11개 업체가 건설업이다.일견 非문화적이라 할건설업체가 어째서 지방문화 창달을 위해 존재할 민방에 이렇듯 활발한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는가.지방 건설업체의 주력 사업은지역 공사일 것이고 지역공사의 태반이 官給공사라고 보는게 상식적 판단이다.
별로 이름이 없던 건설업체가 서울의 민방으로 선정되면서 일약각광받은 선례를 생각한다면 지방 유지로서 관급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방송이란 매체가 매력적인 존재로 부각될 법도 하다.물론 이런 나쁜 저의로만 민방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는 없으리라 믿지만 지금 돌아가는 경합 양상을 보노라면 건설업체가 지역 민방을 독점하게끔 판도가 짜여 가고 있다.大邱지역 같은 곳은 5개사중 4개사가 건설업체끼리의 경합이다.외형상 회사의 지명도와 자금 동원력이 他의 추종을 불허한다.다른 지역 경합 양상도 이와 유사하다.결과적으로 건설업체가 지역 민방을 차지해버릴 경우 우리가 우려하는 官과의 유착관계는 필연적으로 예견될 수 있다.
***건설업계 寡占 문제 물론 이런 업종은 참여 不可고, 저런 업종은 안된다고 못박을 수는 없다.그러나 어떤 업종보다도 지역 단체와 불가분의 유착관계가 예상되는 업체에 대해선 업체 선정을 위한 채점 평가 기준에서 불리하게 할 장치를 만드는게 필요하다.문민 정부가 깨끗한 정부라는 깃발을 내건 이상 예견되는 유착 요인을 나몰라라 하고 유도까지 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결코 안된다.
방송 매체의 다양화.다원화를 통해 방송문화의 질적 향상의 계기로 삼자는 원칙에서 본다면 지역민방은 이렇게 빨리 서둘러 나갈 필요가 없다.미비한 점,개선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면서 천천히 나가길 바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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