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닫힌사회에 길든 인간행태 표출-김일성사후 북한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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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간의 金日成 장례식 도중 북한 동포를 지켜 본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도대체 어느 나라 동포인가.이 지구상어느 나라 사람들이 저럴수가 있는가.전통사회의 因山때도 볼 수없는 그 기이하고도 섬뜩한 광경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벌어질 수 있는가.
무엇이 우리의 북한동포들로 하여금 저렇게 하도록 만들어 놓았는가.어떤 주술에 빠진 邪敎에서도 일어나기 어려운 그 경악스러움이 어떻게 우리 동포들에게 일어나고 있는가.
반세기에 이르는 폐쇄사회의 공포가 거기에 있고,그 오랜 기간에 걸친 3重국가의 두려움과 처절함이 거기에 있다.북한은 어떤실험극장에서도 할 수 없는 닫힌 사회의「인간실험」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메커니즘의 작용과 반작용에 따라 어떤 心理의 사람으로 바뀔수있는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었고,오로지 작용과 반작용만으로 사람은 코끼리나 돌고래처럼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실험치고는 가장 비극적인 실험이고,사람에 게 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한 실험이다.
폐쇄사회의 메커니즘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처럼 移動을없애는 메커니즘이다.누구나 지정된 공간에서만 살게하고,암시된 언어만 쓰게하고,시사된 사고,지시된 행동만 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도 없고,다른 地位로 이동해 갈 수도없다.더구나 다른 직업을 자유로이 선택하는 것은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판과 반대의 자유를 송두리째 앗아갈때,사람은 지식인이든 비지식인이든 모두 꼭두각시로 전환된다.「主體」가 마음먹은대로 명령하는 대로만 따라서 행동하는 同調性 인간으로 바뀐다.
북한동포는 이 폐쇄사회의 메커니즘에 50여년동안 길들여져 왔다.작용과 반작용만으로 50년동안 살아온 것이다.
50년이면 世代로는 3世代를 걸치는 기간이다.이 기간 世代內世代間 傳授가 이루어져서 아버지세대 아들세대 손자세대가 완전히닮은꼴 世代가 된다.거기에는 신세대도 없고 요즈음 말하는 X세대도 있을 수 없다.아버지세대와 다른 아들세대 를 상상할 수 없고,아들세대와 분리된 손자세대가 형성될 수 없다.3세대가 같은 心理,같은 의식,같은 욕구로만 움직인다.아버지의 통곡은 바로 아들.손자가 그대로 모방하는 본이 되고,아버지가 경배하는 수령은 아들.손자가 경배하는 수령이 돼서,3세대가 똑같이 땅을치며 통곡하는 세대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의 목소리와 아들.손자의 목소리가 그토록 같을 수 있는가.생물학적으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폐쇄사회에선 남과 다른 행동은 모두 일탈이 되고 범죄가 된다.철저히 同質性을지향한다.완전히 하나가 돼야 하는 것이다.남과 차별성 있는 사고나 행동은 공포의 적이 된다.심지어는 목소리의 색깔마저 같아야 한다.뭐든 남과 똑같이 되는 것이다.
경쟁이 있다면 오직 똑같이 하려는 경쟁밖에 없다.서로 다른 것을 지향하는 경쟁,다름으로 우위를 노리는 경쟁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그것은 별스럽지 않은 경우에도 매도되거나 추방당하는길이다.울때는 모두가 같이 울어야 하고, 누가 더 많이,누가 더 슬프게 울 수 있는가의 경쟁만이 있다.
그것이 지난 50년간 북한동포를 길들여 온 폐쇄사회의 사회심리다.오로지 닫혀있는 사회에만 있는 작용과 반작용이다.그리고 그것이 지난 장례식때 보여준 북한동포의 한결같은 行態다.
거기에 북한은 성골국가.핵심국가.주변국가로 구성된 3重국가 체제다. 수령가족과 친인척으로 구성된 聖骨집단이 한 국가를 이루고,그 성골과 연계된 당과 정부,그리고 평양시민이 또다른 한국가를 만들고,나머지 주민,사실상의 전국민을 포괄하는 국가가 또하나 형성돼 있다.묘한 조직의 체계가 북한사회를 지배 하고 있는 것이다.
두개의 국가,핵심국가와 주변국가는 성골국가를 향해 충성심 경쟁을 한다.그 충성심은 현대사회에서 보는 계약에 의한 충성심(Royalty)이 아니라,전 근대사회에서 보는 서약.맹세에 의한 충성심이다.서약.맹세에 의한 충성일수록 치열한 충성 경쟁을벌인다.이 또한 폐쇄사회에서만 가능한 충성심 동조 경쟁이다.
북한은 닫혀있는한 같은 行態가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수된다.여는 것만이 북한동포를 주술에서 풀어 놓는 유일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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