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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제 할말은 합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西江大 朴弘총장의 곧은 말 한마디가 一波萬波의 충격으로 公論化되면서 한 지식인의 바른말 한마디가 잘못된 사회 일각에 환한불을 밝히는 횃불이 될 수 있음을 실증했다.
정말 오랜만에 지식인의 곧은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너무나 긴 세월동안 바른 말,곧은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총장들 모임에서도 나왔듯 누구나 총장 한번 해보면 主思派 학생들의 정체를 금방 알게 된다는 것이다.
어째서 그토록 쉽고도 분명한 사실이 지금껏 아무도 입을 열지않은채 默認되고 放置될 수 있었던가.오랜 권위주의 시대에 눌려살아온 知的 타성과 무감각이 우리 사회풍토를 마비시켰던 것이다. 운동권 대학생들이 곧 민주세력이고 노조세력만이 경제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이 침묵하고 방임하지 않았던가.상당수 지식인들은 눈치보며 그쪽에 편승하기까지 했다.勞學연대에 경찰서를 습격하고 열차를 강탈하는 무법도 민주화 투쟁이라는 美名으로 넘어갔다.東歐와 蘇聯이 붕괴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가 풍비박산이 났지만 한국사회의 知的 풍토는 아직도 삐딱한左派로 행세를 해야 민주투쟁가라는 간판을 걸 수 있었다.
기업가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운동권의 잘못을 따지고 들면 反민주 極右로 몰렸고 거리에서,교단에서,공장에서 제 할일 젖혀둔채머리에 붉은 띠 두르고 구호만 외치면 민주적 진보세력으로 대접받는 시대착오적 풍토가 지금껏 내려왔다.
권위주의에 항거한 민주화 투쟁은 빛났지만 그뒤에서 이를 교묘히 이용하고 편승했던 세력을 이젠 드러내야 한다.이제 운동권의잔치는 끝났다.끝난 잔치의 뒷풀이에 연연하면서 새로운 음모를 획책하는 세력이 있다면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어찌 대학뿐이겠는가.바른 말,곧은 말,옳은 말을 필요로 하는곳은 대학뿐이 아니다.청와대에서,국회에서,관청에서 맑고 바른 소리가 한줄기 소낙비처럼 대지를 적셔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밝고곧은 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어째서 그런가 .바른 말을 해야할 공직자와 언론,그리고 지식인 단체가 그동안 바른 말을 제때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바른 말 곧은 소리란 세가지로 그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첫째,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밝히는 장기적.예언자적 목소리다.獨逸국민의 통합과 단결을 호소했던 피히테나,異民族의 침략을 평생동안 분개하며 反淸운동을 벌였던 明末의 黃宗羲,조선조 10만養兵論을 주장했던 栗谷같은 지식인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그러나 21세기 첨단정보화 시대를 살아야 하고 치열한 국제경쟁력을 통해 생존 전략을 펴야할 위급한 순간이지만,이를 알리고이에 대처하는 장기 계획을 세우는 국가전략을 우리는 아직 듣지못하고 있다.
둘째 유형은 현실정치에서,대학교단에서 바른 소리 곧은 소리를낼줄 아는 言官의 목소리다.우리의 선비정신이 그것이다.목숨을 건 直言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펴면서 잘못을 고쳐나가는헌신적 선비정신이 우리 사회에서 퇴색했기 때문 에 곧은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조선조는 선비 개인의 바른 소리만 중시한게아니라 이 바른 소리를 제도화했다.司諫院.司憲府.弘文館 이 三司가 임금의 정치를 단속하고 비판하는 제도적 기능이었다.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떠한가.청와대에서,국회에서 바른소리곧은 소리가 나와 제기능 제역할을 다 하는가.모두가 당리당략 수준이고 개인적 인기차원의 얄팍한 목소리만 무성할 뿐이다.
세번째 바른 소리 곧은 글의 유형은 史官의 기능이다.역사가가과거 사실에 대한 바른 평가와 바른 해석을 제대로 기술해 현실을 直視하는 자료를 제시할 때 미래는 밝아지는 법인데 우리의 史官들은 자신의 역사를 용기있게 올바로 쓰질 못 했다.이러니 6.25北侵說이 상당기간 운동권 논리의 핵심이 되었고,심지어 교과서에까지 공산당의 폭동이 민주항쟁으로 기술될뻔한 오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세가지 유형의 바른 말 곧은 소리가 지식사회에서,현실정치에서,그리고 우리의 日常속에서 제기능을 하면서 살아 숨쉴때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발전했다는 긍지를 느낄 것이다.이제할 말은 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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