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문화라는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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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파바로티,도밍고,카레라스라는 빅3 테너들이 주빈메타의 LA필하모닉과 함께 출연한 지상최대의 공연이었다.
필자는 지난 일요일 오후 7시20분부터 방영된 NHK 위성방송에 이어,밤10시부터는 KBS 방송으로 이 공연을 다시 감상했다. 찜통 같은 熱帶夜였지만,소음 때문에 에어컨을 끄고 대신부채질을 하며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가며 4시간 동안이나 공연을 지켜봤다.4년전 로마 카라칼라 야외극장에서의 이탈리아 월드컵 축하공연을 LD로 처음 감상하던 때의 가슴 짜릿 한 흥분과 전율을 떠올리면서.좋아하는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가 나오면속으로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지휘자 주빈 메타를 포함한 빅4의 화려한 공연,스탠드와 필드를 가득 메운 청중들,그리고 1백개국 10억 이상의 시청자에게실황 중계되고 있다는 설명에서 나는 文化라는 소프트웨어가 대단히 매력있는 「商品」으로 등장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의 입장료와 TV방영료만으로도 주최측은 1천만 달러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CD,LD,카셋테이프 등의 판매를 통해앞으로도 그 이상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후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주라기공원」이 1년동안에 올린 수익은 8억5천만달러(약 6천8백억원)에이른다.이는 우리나라가 2년동안 자동차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액수와 맞먹는다.영화 한 편이 올린 수익이 이정도 라니 입이 딱벌어진다.게다가 그는「주라기공원」외에도 「ET」「인디애나 존스」「조스」등 4개 작품으로 모두 25억달러(2조1백10억원)의수입을 올리지 않았는가.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매력있는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세계는 문화전쟁시대에 돌입한 느낌이다.이제 공산품이나 서비스만 商品으로보는 고전적인 인식으로는 곤란하게 되었다.우리도 세계인을 매료시킬만한 우리의 문화소프트웨어를 찾아 개발해보자 .물론 많은 투자가 따르겠지만 말이다.어디 스필버그 같은 사람 없나.
〈쌍용그룹 종합조정실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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