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순례>10.경기시나위中 口音시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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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래 전 시나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을 때 친구를 통해『경기시나위』라는 카세트테이프를 구할 수 있었다.경기도 수원을중심으로 생활하시는 노인분들이 주축이 되어 시나위가락을 연주한테이프인데 소위 재기발랄한 재인들에 의한 발 림이 아닌,굳건하게 엮어가는 시나위가락이 매우 신선하게 들리는 값진 것이었다.
테이프의 뒷면에 『口音시나위』라는 제목의 가락이 하나 더 있었는데 친구왈 『한번 들어보기만 하소』라고 권했다.
별 생각없이 구음(입소리)시나위를 들었는데 정말 귀가 번쩍 띄었다.오래전부터 구음시나위에 관하여 알고는 있었지만 기악으로이루어지는 시나위가락에 비하여 워낙 가락이 많고 또 짜임새의 변화가 다양하지 못해 『참 좋은 것인데 많이 개 발돼야겠다』고생각하고 있었다.
이 구음시나위를 들으면서는 어찌 그리 변화가 무쌍하고 짜임새의 바탕이 튼튼한 지 가위 「소리의 원천」을 듣고 있는 듯한 환상을 갖게 되었다.얼마전 알게 되었지만 이는 김소희.신쾌동선생등이 60년대말에 우연히 모여 녹음해 놓은 것이 었다.
원래 구음이란 악기의 소리를 전수할 때 악기에서 나오는 독특한 소리의 특징을 사람 목소리로 흉내내 후학이나 제자들에게 들려주던 옛날의 전수방법중 하나를 지칭하는 것이다.따라서 각 악기는 저마다 독특한 구음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구음시나위에서는 원래 각 악기가 가지고 있는 소리의 형태나 색깔을 가지고 연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자체가 시나위를 구성하는 한 악기로 편성되며,소리의 형체도 어떤 전형적인 규칙이나 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 간 내면에서 나오는 심성을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구음시나위에서의 구음은 부르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를읊는 것이 된다.
오랜 음악생활을 한 국악인이라면 누구나 「구음」을 할 수는 있지만,장시간 지속되는 「구음시나위」같은 것은 그렇게 간단하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같은 연유로 구음시나위라는 장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구음으로 유명한 분으로는 박병천선생을 꼽을 수 있다.그 분의구음은 얼마나 담백한지 듣고있느라면 마치 옛날 옛적의 전설을 듣고 있는 것만 같다.
얼마전에는 (株)성음에서 김소희선생의 구음을 CD로 출반했다.김선생의 소리에 이생강.박종선.김덕수사물놀이패등이 반주를 맡았다.격하지도 비통하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게 얘기하는 소리를 접할 수 있는 구음을 「한번 들어보기만 하소」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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