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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물가…올 3% 목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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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초부터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1월 소비자 물가는 전달보다 0.6%, 지난해 1월보다 3.4% 올랐다. 정부가 올해 물가 상승을 3%대에서 잡겠다고 했으니 올해 물가의 5분의 1이 한달 만에 오른 셈이다. 특히 돼지고기.아파트 관리비.등유 등 생활과 직결된 품목의 가격이 2% 이상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골치다. 원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국내 소비는 여전히 부진해 쉽사리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옥수수를 수입해 가축용 사료를 만드는 W사료의 金모 사장은 1년 전 t당 1백17달러 하던 중국산 옥수수가 2일 1백8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축산물 소비가 크게 줄어 사료값을 올릴 수도 없는 처지다. 金사장은 "공장을 돌릴수록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는 나쁜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체감물가 더 올라=지난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3백31원으로 한달 전보다 29원(2%) 올랐다.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16주째 가격이 올랐다. 경유값도 3% 올랐고, 보일러용 등유는 사상 최고 수준인 7백원대에 진입했다.

또 1년여째 가격 변동이 없었던 돼지고기는 광우병 파동으로 1월에 값이 6%나 올랐다. 단과 학원 수강료와 상하수도 요금.아파트 관리비도 2~4% 올라 서민 가계에 부담을 늘렸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일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 성장을 하는 중국에서 끊임없이 수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방 유인봉 차장은 "대두의 국제 거래가가 지난해 초 t당 2백60달러 정도였는데 최근엔 3백94달러를 줘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새 학기가 시작되면 대학 등록금과 학원(종합반) 수강료가 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평균 8.3%의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등 대학 등록금이 7% 이상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입가 상승으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지방 도시의 대중교통 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소비가 살아나면 기업들이 그동안 미뤘던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

박승 한은 총재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새해가 되면 환율이 오르고 국제 유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며 "심각하지는 않으나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팔짱 낀 정부=재경부 김봉익 생활물가과장은 "계절적으로 연초에 물가가 많이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0.6% 상승은 큰 폭이 아니다"며 "석유.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물가 상승이 외부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고, 2월에는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홍익대 전성인(경제학)교수는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고 있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가 국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훈.장정훈 기자<filich@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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