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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북녘 동포가 준 이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9일 金日成 사망의 충격적인 보도를 접한뒤부터 20일까지 우리 국민들은 TV나 신문지상에서 北韓주민들의 끝없는 「눈물행렬」을 목격해야 했다.
눈물을 흘리다 못해 통곡의 몸부림을 치는 군인.시민.청년들.
스탈린치하의 舊蘇聯,마오쩌둥(毛澤東)치하의 中國을 비롯한 여러 집단주의사회를 목격했지만 이런 분위기를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동원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도,광적인 집단 히스테리로 그냥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이 앞으로 통일을 이뤄 함께 살아야할 민족구성원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그냥 넘겨버릴 수가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조문인파와 장례식 당일의 2백만명 운집이 강제적이건,자발적이건 北韓의「집단주의」를 생각해 보게 한다.
또 그들에게 金日成이 어떤 존재였는지도 새삼 돌아보게 한다.
北韓주민을 지배하는 것은 집단주의 사회관의 정수라 할「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어느 주민이건 金日成(수령)으로부터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부여받는 존재다.육체적 생명은 부모가 주지만 사회정치적 생명만은 지도자가 부여한다는 것이고,따라서 金日成은 생명을 주는 神과 같은 존재다.
북한주민들은 누구나 노동당과 직맹.농근맹.사로청.여맹등의 외곽단체를 통해 金日成과 한몸이 되어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의한부분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집단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삶을살아온 북한주민들이 자신들의 중심인 金日成을 잃은 지금 북한방송들의 보도대로「주체혁명위업의 대를 이은 계승」을 위해 투지를불태우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세계사의 전환과정 에서「迷兒」로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이같이 우리와는 다른 집단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과 통일을 위해 이마를 맞대야 한다.金日成 장례식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정리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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