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암댐 수질개선 방안 놓고 또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강원도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평창 도암댐 퇴적물 준설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수위를 낮출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댐 전경. [강원도 제공]

수질 악화로 발전 방류가 중단되는 등 17년째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강원도 평창 도암댐 문제가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수질 개선을 위한 강원도의 방안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15일 산업자원부와 도, 한수원 관계자가 참여하는 고위급 TF회의를 열어 최종 방안을 결정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8월 1차 회의에서 도가 제시한 수질 개선 방안이 가능하면 이 방법대로 결정키로 했지만 한수원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원도 안이 채택돼도 600여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 부담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수질 개선은 어떻게= 2001년 3월 강릉 남대천 오염을 이유로 발전 방류가 중단된 후 ▶댐 해체 ▶댐 폐쇄 등의 논란을 빚던 도암댐은 2005년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홍수조절용으로 사용하도록 결정됐다. 발전용으로 다시 사용할지는 5급수 수준의 수질이 2급수로 개선되면 논의하기로 했다.

 수질개선의 핵심은 댐 퇴적물 준설. 댐 상류 고랭지 밭을 정비해 오염원을 줄이고, 4300만t에 달하는 댐 물을 모두 바꾸는 방법이 추진되지만 5~8m 두께로 쌓여있는 12만t의 퇴적물을 준설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수질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어려움 등으로 수심 50m 정도 아래에 있는 퇴적물을 준설하기 위해 현재의 수위를 절반 정도로 낮춰야 한다.

 ◆다른 방법의 수위 낮추기= 강원도는 도암댐에 취수관을 설치해 댐 상층의 물을 빼내 수위를 낮춘 후 퇴적물을 준설하고, 이후 다시 댐 하층 물을 빼낼 것을 제안했다. 지름 1.5m, 높이 27m 정도의 L자 취수관 2개를 폐쇄된 가배수로에 연결, 상층부 물을 빼내 압력식 유연성 섬유사여과장치로 2급수로 정화해 남한강 상류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L자형 취수관은 물론 더 좋은 취수관 설치도 가능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8일 발표했다. 여과장치도 고속응집침전과 중력식 섬유사여과장치를 활용하면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취수관 설치에 한수원은 공사기간이 6년 걸리고, 320억 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도는 용역결과 공사기간은 7~8개월, 공사비는 69억~ 98억 원이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과장치는 422억 원이 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도의 방안에 한수원은 강릉 방면으로 발전 방류해 수위를 낮춘 후 퇴적물을 준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연성 섬유사여과장치로 거르면 발전 방류수를 2급수로 정화할 수 있어 남대천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부터 도암댐 상류에 이 같은 여과장치를 설치해 시험 가동하고 있는 한수원은 수질개선 장치를 통하면 도암댐 수질에 관계없이 항상 2급수 물을 갈수화되고 있는 남대천으로 흘려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8일 기술적으로 정선 쪽 방류도 가능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등 경제성과 효율적인 측면에서 남대천 발전 방류가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부지구입비를 제외하고 200억 원이면 정화시설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선 쪽으로 방류할 하층 물에 대해서는 퇴적물을 준설하면 정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간 갈등= 도암댐정상화추진협의회는 지난 8월 27일 도암댐의 발전 방류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도암댐은 막대한 혈세로 만든 국가시설로 남대천 건천화와 강릉지역 용수부족 문제의 해법이 있다”며 “한수원에 제시한 발전 방류에 대해 강릉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강릉시번영회 등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남대천살리기범시민운동본부는 9월1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도암댐의 수질개선과 홍수조절용 댐으로 전환을 위한 사업을 빨리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또 한수원과 산업자원부가 남대천으로 발전 방류를 시도하면 끝까지 막겠다고 주장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도암댐= 1258억 원 들여 평창군 도암면에 만들어 1991년부터 발전 방류했다. 백두대간에 물 터널을 뚫어 강릉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하는 유역변경식 댐이다. 터널의 길이는 16.5km이며, 낙차는 640m로 국내 최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