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파행 배경엔 '모바일 표'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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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가 8일 대구시 산격동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하지 않은 손학규·이해찬 후보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정 후보는 경선 정상화와 단합을 촉구하며 단독 연설을 강행했다. [대구=오종택 기자]

모바일(휴대전화) 투표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모바일 투표는 선거인단으로 등록된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투표하는 것으로 8~14일에 예고 없이 실시된다.

모바일 선거인단은 10월 들어 하루 평균 1만5000명씩 가파르게 늘어나 8일 현재 15만 명을 넘어섰다. 당 국민경선위원회는 접수 마감일인 10일까지 20만 명 이상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선거인단 규모가 가장 큰 서울 지역(29만8549명)에 맞먹는 숫자다.

특히 모바일 투표의 경우 자발적 선거인단이 많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세 번이나 통화를 시도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60~70%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예상 등록자 20만 명 가운데 절반만 투표해도 지역 경선의 최대 승부처였던 광주.전남(유효투표수 5만5797표) 경선을 두 번 치르는 효과가 있다. 모바일 투표 결과에 따라 경선 판세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후보 측은 모바일 투표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세몰이에서 정 후보에 밀리는 손.이 후보 측은 모바일 투표로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

손 후보 측은 정 후보와의 누적 득표 차이가 1만3000여 표에 불과해 10만 명 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선거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손 후보는 정.이 후보의 대통령 명의 도용 싸움에서 한발 떨어져 모바일 선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5일 광주 전남대에 이어 6일부터는 서울 강남역.명동 등에서 직접 피켓을 들고 모바일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 후보 측도 "(정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로 접수된 모바일 선거인단을 검증하고 합법적인 선거 환경을 만들면 대역전이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를 상대로 "모바일 투표에 더 많이 참여해야 경선을 조직선거가 아닌 국민의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달리는 정 후보 측은 모바일 선거가 선거 판세를 뒤집는 실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후보 측 민병두 의원은 "모바일 선거인단 규모가 커지고 투표율이 높을수록 여론조사 추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정 후보의 선두 유지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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