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일탈하는 청소년 학교가 보듬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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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세상 누구도 스스로 원해서 잘못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가항력적으로 주어진 경제적 궁핍, 부모의 불화나 어느 한쪽의 부재, 혹은 바깥세상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저지른 한순간의 실수나 잘못 때문에 주변의 따돌림과 무관심 속에서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방황과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선생님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때로는 밤중까지 학생들과 상담하랴, 가정방문하랴 정신없이 바쁘다 보면 불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저들의 마지막 삶의 둥지인 학교마저 그들을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벌레 보듯 하면 아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결국 어려서부터 심성이 비뚤어진 채 반사회적 일탈을 거듭하다가, 어른이 돼서는 범죄의 수렁 속을 헤맬 것이 아닌가. 때로는 밉겠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마음을 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사랑으로 보듬는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인정받은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을 흘리리라.

학교 생활지도가 큰 위기에 봉착한 원인 중의 하나는 입시 중심의 경쟁적 교육체제 아래서 인성교육이 온통 무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날로 세속화돼가는 교사들의 교직관 때문에 예전과 같은 희생과 봉사의 교사상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 탓도 있다. 하지만 입시제도나 시류를 핑계 삼아 안일과 나태를 합리화하는 일은 결코 교육자의 도리가 아니다. 가정의 부모 역할이 우선돼야 하고, 청소년이 바르게 자라도록 국가 차원의 제반 여건 조성도 시급하지만 그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면 우선은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교육애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사회변화 속도가 가파를수록 교사의 역할이 축소돼 단순한 지식전달자 기능밖에 할 수 없다는 부정적 전망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교육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이 소중한 것이다. 선생님들 모두가 그런 소명을 부여받은 사람으로서의 책무성과 자긍심을 높여 나갈 때 우리 교육의 미래는 분명 밝아질 것이다.

전상훈 광주 지산중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