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즐거운천자문]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꾸준히 선행하는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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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타 도네이션 꿈은 이루어진다’를 연출하면서 먼저 섭외 리스트를 작성했다. 정말로 기부를 일삼는 연예인과 기부를 잘할 것 같은 이미지를 지닌 연예인. 명단을 훑다가 일단 기품 있는 탤런트 전인화씨를 섭외 대상 1호로 점 찍고 어렵사리 만났다.

계속 미소를 지은 채 듣기만 하더니 ‘남을 돕는 데 그렇게 드러내놓고 하기가 쑥스럽다’며 기어이 출연을 사양했다. ‘도와도 은밀하게 돕고 싶다’고 진심을 담아 말하니 더 이상 강요하기 어려웠다. 하기야 명함 들고 다니는 산타클로스는 진짜 산타가 아니다.

일부 정치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며 벌이는 선행은 보기에도 무안하다. 평소에도 그러했으면 좋을 텐데 꼭 때가 되면 나타나는 모습은 왠지 어색하다. 무대 밖의 연기로는 감동에 못 이른다. 드러냄은 드러남을 이기지 못한다. 속이 꽉 차면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일거수일투족이 생방송처럼 중계되는 연예 풍토에서는 적선도 숨어서 하기 힘들 것이다. 만약 알려졌다고 그 순간부터 선행을 멈춘다면 그것도 수상쩍다. 어찌어찌해서 대중에게 공개된 후라면 평소에 하던 대로 남의 눈치 안 보고 계속 착하게 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발차기로 유명한 가수 김장훈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미담이 수집됐다. 측근으로부터가 아니라 도움을 받은 측에서 나온 이야기라 믿음이 갔다. 그 규모가 상상 밖이어서 두 가지를 의심해 보았다. 어디서 그런 돈을 벌었지? 나중에 뭐 하려고 그러지?

그는 9년 동안 무려 30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한 번에 내지르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최근 어느 토크쇼에 나와서는 결혼식 축의금마저도 전액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것을 위해 예식도 공연처럼 펼치는 형식을 기획 중이라니 ‘희나리’(희망을 나누는 리더)가 따로 없다.

‘스타 도네이션 꿈은 이루어진다’의 주제가는 윤도현밴드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다. 노랫말이 아름다워 가을 애창곡이 됐다. 중간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궁금하다면 이 노래를 조금 더 들어보기 바란다.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꾸며진 쇼맨십은 일시적으로 눈길을 끌지만 곧 시들어 분리 수거된다. 솔선수범 리더십은 계절이 지날수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바꾼다. 행복한 부자가 되고 싶은가. 금고에 쌓아둔 돈은 혹시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불안하지만 가난한 소년의 통장에 넣어준 돈의 행방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주철환 OBS 경인TV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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