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영어마을코스 개설 과학기술 국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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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 해브 투 겟 잇(I have to get it:내가 잡겠다).』『백 퍼더(Back further:더 뒤로 물러서).
』 찜통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12일 오후,대덕연구단지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원장 沈相哲)운동장은 마치 美프로야구 구장을 옮겨다 놓은듯 야구경기도중 경기장과 관중석 여기저기서 소리쳐대는 영어로 시끌벅적했다.
이날 경기의 선수와 관중은 모두 이 학교 1,2학년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영어마을코스(English village course)」참가자들.이들은 영어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직접 야구경기를 치르며 대화와 응원을 모두 영어로만 주고 받 고 있었다.
엉성하게 휘둘러대는 방망이 만큼이나 영어도 아직은 미숙했지만미국인 강사 폴 브라코씨(43)의 지도를 받아가며 학생들은 야구를 미국식으로 하는데 열중했다.브라코씨는 경기도중 예컨대「포볼」「데드볼」등 콩클리시가 튀어나오면「베이스 온 볼즈」「힛 바이 피치」등으로 교정해 줬다.
KAIST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영어마을코스는 과학기술의 국제화를 위해 내딛는 첫걸음으로 이번 코스에는 32명이 참가했다.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 국제적인 교류의 필요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지만 우리 과학자들이 실력은 뛰어나도 이를 표현하는 어학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 이번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마련한 KAIST측의 진단이다.실제 미국등에서는 현지 에 정착한우리 교포 과학자중에서 실력은 뛰어나도 이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해 승진.보직등에서 뒤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KAIST 申成澈교수(국제협력실장)는『국제학회등에서 학자들간에 논쟁이 붙을 경우 논리가 뛰어나도 말을 제대로 못하면 속으로만 끙끙 앓을 뿐 결국 밀리고 만다』고 말했다.
영어마을코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분교가 기획한 4주(6월27일~7월22일)짜리 회화프로그램으로 현지에서 파견된 미국인 강사2명과 함께 생활하며 영어를 배우게 돼있다.
오전은 미국문화와 숙어를 익히고 오후는 체육.등산.연극등을 하며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수강생 張赫宰군(2년)은『강사와의 접촉시간이 많고 동료들과의경쟁심도 작용해 듣기.말하기 능력이 부쩍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張군은 3주가량 회화공부에 몰두하다보니 영어로 꿈까지꾸게 됐다며 우리 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 KAIST측은 수강생이 우리 말을 하다가 세차례 적발되면 코스에서 탈락시키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기우였던 셈.
***영어로 꿈꾸기도 또 다른 강사 패트릭 카프레이씨(34)는 프랑스.독일등에서 이같은 영어교육을 시켜봤지만 KAIST학생들이 다른 어느 나라의 학생들보다도 우수한 것 같다고 칭찬을아끼지 않았다.그는 학생들이 배우려는 의욕이 매우 강하다며 프로그램을 마치면 토플기준으로 최소 50~60점은 향상할 것이라고 했다.그는『이 말이 틀리지 않을까』하는 걱정만 떨쳐버린다면영어 배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덕연구단지=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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