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사랑의 일기 자원봉사로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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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타락한 사회를 향해 분노하기는 쉽습니다.그러나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선한 봉사를 결심하는 참된 용기가 필요합니다.
서울노원구상계동에 사는 주부 薛仁淑씨(37)는 6월초부터 서울서초구서초동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회장 金富成가톨릭대교수)의 12평짜리 조그만 사무실에 매일 나와 복더위에 땀을 한바가지씩 쏟아내고 있다.
중학 2년생인 아들과 국교 3년생 딸등 남매를 둔 薛씨는 유치원때부터 아이들에게 일기쓰기교육을 중점 지도하며『일기를 쓰는아이들은 결코 잘못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게됐고 中央日報에 人推協의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이 잇따라 보도된뒤 인추협 사무실을 한번 방문했다가 그날로 자원봉사자가 됐다.
결혼 15년째,남편을 출근시키고 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나면 왠지 허전해져『이젠 나도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데…』하는 마음이 들던차에 그냥 한번 찾아온 인추협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주문전화를 받고 일기장을 포장하느라 쩔쩔매는 광경을 보고 薛씨는결심을 했다.
쉴새없이 울려대는 3대의 전화기,하루에도 30~50명씩 협회를 찾아와 일기장을 주문하는 학부모들,하루에 수천권씩 해야하는일기장 포장작업….
『처음엔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요.부회장님은 주로 밖으로 뛰어다니고 간사님과 둘이서는 전화받기도 벅찰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을 위해 뭔가를 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은 薛씨만은 아니었다. 인추협의 활동이 계속 보도되면서 자원봉사의 봇물이 터진것이다. 『강원도원주에 있는 손주들에게 일기장을 보내달라』며 협회를 직접 찾아왔던 沈인숙할머니(68.서울노원구창동)는『이 늙은이가 포장일은 도울수 있지 않겠느냐』며 자원봉사에 나섰다.
인근 서초3동 동아빌라 주부들은『한동네에서 이렇게 좋은일을 하는 분들이 있는지 몰랐다』며 한꺼번에 몰려왔다.
주부6명은『아예 집에 가져가서 가족들과 포장작업을 해오겠다』며 일기장 5백~6백권씩을 차에 싣고갔고 나머지 주부들도『필요할땐 언제든지 불러달라』며 전화번호를 맡겼다.
자원봉사자 李玉秀씨(45.주부)는『빌라앞에 자리를 펴놓고 이웃들과 함께 온가족이 둘러앉아 포장작업을 하곤한다』며『아이들이누구보다 즐거워해 앞으로도 인추협에 일감이 생기면 만사를 젖히고 쫓아간다』고 말했다.
주부 崔圭順씨(43.서울서초구서초동)도『中央日報보도를 보고 중고생인 아이들이 쓸 일기장은 없는지 알아보러 찾아갔다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협회를 보고 자원봉사를 작정했다』고 말했다.
서초우체국 반포주공취급소 소장이기도한 崔씨는 매일 협회와 자신의 사무실을 번갈아가며 인추협을 돕고 있다.
전국으로 보내지는 사랑의 일기 발송소포분은 전량 자신의 우편취급소를 이용하게 한다는 崔씨는『협회가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워얼마전엔 발송비를 아끼려고 6㎏ 우편행낭에 12㎏분을 넣은게 중앙우체국에 발각이 돼 시말서까지 써야했다』고 웃었다 崔씨는 이외에도 한동네 주부들을 모아 자원봉사단을 만들기도 했다.하루에도 서너차례씩 인추협을 들락거리는 탓에 崔씨가 6월 한달 떼인 불법주차딱지만 세장이나 된다.
인추협에는 각 국민학교 어머니회.교회선교회를 중심으로한 자원봉사자가 70여명에 달한다.
서울강남구 학동국민학교 학부모 12명은「인추협돕기 자원봉사단」을 자체결성했고,전교생이 사랑의 일기를 쓸수 있도록 15일 학교측에 일기장 1천4백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들 주부들의 자녀들도 엄마들과 함께 고사리 손으로 벽지의 친구들에게 보낼 일기장을 포장하는 자원봉사를했다. 『남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일인지 정말 몰랐어요.』 12평짜리 조그만 인추협사무실에서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한대로 찌는듯한 복더위를 식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표정은 한결같이 행복하기만하다.
〈金鴻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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