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명예 기자 코너] 학교·병원서 무료공연 여는 이루마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학교와 병원을 찾아다니며 무료 공연을 하는 뉴에이지 음악가 이루마(26)씨를 우리 학생기자들이 찾은 것은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신문사 빌딩이었다.

그가 청소년들과 친해진 것은 '겨울연가''여름향기' 등 자신이 작곡한 TV 드라마 음악을 통해서였다.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열한살 때 영국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이름을 날릴 이력이라면 분명 말 붙이기가 까다로울 터. 그러나 두시간 가까이 만난 그는 말을 재미있게 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무료 공연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평소 공부에 쫓겨 시간이 없고 공연 입장료도 비싼 편입니다. 또 환자분들은 거동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이들을 직접 찾아가 문화 혜택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무료 순회 공연을 계속할 거예요."

-초등학교 때 유학을 했는데 유학하며 어려웠던 점은.

"언어문제가 특히 어려웠어요. 하지만 음악으로 교감하며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습니다."

-영국 음악계에서 명성을 얻었는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영국에서 연극음악도 조금 했었는데 그게 계기가 돼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한국의 TV에서 나오는 드라마 배경음악이 외국곡 일색이어서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모국에서 뭔가 이뤄놓고 영국에서 다시 활동할 생각입니다."

-영국에서 영재의 산실인 퍼셀스쿨에 다녔다고 들었는데….

"음악적 재능을 어느 정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노력을 많이 합니다. 즉흥적으로 작곡을 자주 하는데 악상이 떠오르면 몇 분 안에 마무리합니다. 제목 짓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요."(웃음)

-존경하는 음악가가 있다면.

"김광민(동덕여대)교수님이에요. 재즈를 전공했는데 재즈만 고집하지 않고 듣기 편한 음악을 하시죠. 눈높이를 대중에게 맞추고 자신의 음악적 신념도 불어넣습니다. 영화음악을 주로 하는 미국의 작곡가 필립 글래스도 존경합니다. 제 음악엔 모티브가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분 영향이 클 겁니다."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글쎄, 제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를 생각하고 기다리는 그리움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해주잖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영화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가난해서 음악을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음악전문학교도 세우고 싶습니다."

-음악가가 꿈인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세요.

"제 인생관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저도 클래식 연주자로서 한계를 느껴 작곡을 하게 됐지요. 한계를 모르면 계속 한가지만 추구하게 되는데, 한계를 알고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또 항상 꿈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꿈에 도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서 벗어나게 되죠."

이루마는 '뜻을 이루다'는 순 우리말 본명이라고 한다. 서울 태생인 그는 퍼셀스쿨을 나와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현대음악.클래식.작곡 등을 공부했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에서 음반을 발매했고, 최근에는 뮤지컬 및 연극.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은.김자영.박유선.이서연.한다혜 학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