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선거개혁>2.시민 자발참여로 정치개혁 이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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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는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새롭고 독립적이며 초당적인 기구입니다.국가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제도를 새롭게 하자는 공통된 갈망에서 출발한 美 국민의「제3의 힘」입니다.』 1970년8월 초.존 W가드너 美 보건교육복지부(DHEW)장관은 꽤나 흥분했다.자신이 지원해 만든 美 전국 규모의 민간 정치로비 기구인「공동주장」(Common Cause)이 막 출범을 시작했기때문이었다.「커먼 코즈」는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장차 美 국회.정부를 대상으로 정치 로비활동을 벌일 汎민간기구.닉슨 행정부가 이 민간 로비단체 설립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美국민의 풀뿌리 의견이 정치에 반영돼 사회가 뿌리부터 개혁되기를 염원했던것이다. 존 가드너의 그 기대에 부응이나 하듯「커먼 코즈」에는출범하자마자 7개월동안 美 전역에서 10만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했다.대학생.주부.노인.직장인등 연령과 계층에 관계없이 수 많은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한 것이다.그들은 그후 1백여 하원 선거구의 정치인을 상대로 수만장의 편지.전화.방문등을 벌이고 설립한지 5개월만에 정치의 연공서열(seneority)관행을 타파하는 개혁을 이룬다.
「커먼 코즈」의 사례에서 보듯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시민들의자발적 정치참여에서 그 줄기가 자라고 가지가 뻗었다.비록 이해집단간의 다양한 정치 플레이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했다지만 선거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정치는 정치.사회를 개 혁하겠다는 뜨거운 자원봉사,시민들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역사적으로 정치현장을 사회개혁의 場으로 보고 정치에 참여한 가장 대표적 집단은 여성들.여성들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20세기 들어서야 투표권이 주어졌을 정도로 정치적 약자였다.그 여성들이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고 동등한 민주시민으로서 의 사회적 대접을 받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그 선진국 여성들의 정치참여중 가장 활발한 것이 미국의「여성투표연맹」(League of Women Vote)의 활동이다.
여성투표연맹은 1920년 미국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자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생활향상을 위해 정치현장에 뛰어들었다.선거때만 되면 연맹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소속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家家戶戶 다니며 여성 유권자들을 대상 으로 선거인명부등록을 받았다.그리고 후보자를 불러 토론회를 갖거나 여성 장애인.노인등 여성 소외계층을 초청,국회나 정당.시청등을 견학시켜 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도를 높였다.여성과 더불어 역시정치참여를 통한 사회개혁의 횃불을 높이 든 인구집단은 대학생들. 197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미시간州에서 출마한 필립하트 상원의원은 당시 5천명의 미시간 대학생들의 선거지원을 받아 재선됐다.당시 대학생들은 4백명이 아예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해 2천명의 주 대의원중 20%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이 밖에도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집단은 주부.노동자.농민.기업인등 여러가지다.그들은 때로는 정치적 이해관계로,때로는 사회개혁의 뜨거운 가슴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그러나 정치가 각 이해집단간의 게임으로 흐른다해도 그 참여는본질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이다.법적으로 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에서도 그렇다.정치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은 사회갈등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모든 이해집단이 정치의 場 으로 흡수되고그 단체 소속원이 시민으로 하나가 될 때 정치권 내에서의 충돌과 경쟁은 오히려 사회에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의 정치 자원봉사는 아직 공명선거 감시와 같은 지극히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그러나 이는 오히려 정치에 사회개혁의 뜨거운 가슴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정말 우리 정치가 이 시점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 가.우리 시민들은,젊은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행동할 기회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고 우리도 정치민주화,정치 선진화를 어느나라 못지않게 빠르게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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