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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555대 '괴물 콘서트' 세계 기네스 등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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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태성 기자

7일 오후 4시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 총 555대의 피아노와 신디사이저가 체육관 플로어를 가득 메운 가운데 ‘올림픽 팡파르’가 울려퍼졌다. 무대 중앙에는 그랜드 피아노 2대가 태극 문양을 만들어내 탄성을 자아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의 성공적인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매머드급 공연이다. 지금까지 실내 공간에서 여러 대의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한 이벤트 중 최다 악기 동원 기록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영상으로 기록해‘최다 피아노 동원 실내 공연’으로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555’란 숫자는 오륜기에서 따온 것. 피아노 연주는 국내 12개 대학에서 선발된 음악전공자들이 맡았다. 행사에는 영창악기가 인천공장에서 생산한 555대의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동원됐으며 합창단을 포함해 600여명의 연주자가 출연했다. 지휘는 상하이 필하모닉 부지휘자 겸 파리 유네스코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있는 여류 지휘자 이선영씨가 맡았다.

디지털뉴스 djn@joins.com


☞ 괴물콘서트

여러 대의 피아노가 한 무대에 등장하는 이색 연주회를 가리켜 ‘괴물콘서트’(monster concert) ‘피아노케스트라(Pianorchestra)’ ‘피아노 앙상블’ 등으로 부른다.

피아노로 제대로 앙상블을 내려면 2대가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3대 이상의 피아노가 한꺼번에 연주되는 콘서트가 유행처럼 번진 것은 19세기 중반. 프리드리히 칼크브렌너가 자신의 제자들을 한 무대에 세워 특정악기의 홍보와 함께 ‘교수의 세력 과시’ 를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1838년 6월 밀라노에서 리스트ㆍ쇼팽ㆍ탈베르크 등 6명의 피아니스트들이 3대의 피아노(2명이 1대의 피아노를 연주)를 위해 편곡된 ‘마술피리 서곡’ 을 연주했다. 신문에서는‘60개의 손가락을 위한 콘서트’ 라고 대서특필했다. 그후 25년간 ‘피아노케스트라’ 열풍이 불었다.

피아니스트 앙리 허츠(1803~88)는 1846년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무대에 세우기 위해 ‘괴물콘서트’ 를 열기 시작했다.

8대의 피아노와 16명의 여성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막식 식전행사에서 20대의 피아노를 한꺼번에 연주한 적도 있고 국내에서는 1988년 ‘피아노의 대부’ 정진우 교수의 회갑 기념공연(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무려 18대의 피아노를 36명의 피아니스트가 한꺼번에 연주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피아노가 많을수록 듣기 좋은 소리가 날까. 한 무대에 여러 대의 피아노가 등장하는 진풍경은 일반 음악회에서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청각적 즐거움보다 시각적 즐거움이 강하고 수십명의 피아니스트가 한꺼번에 무대에 선다는 ‘이벤트’ 의 성격이 강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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