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연구 걸음마단계-보안법 정비해 개방화.전문화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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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 ◆… ◆… ◆… ◆… ◆… ◆… 金日成 사망.남북정상회담논의등 격변상황이 중첩되는 가운데 우리의 북한학 연구 실태가 그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만한 수준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공산권 붕괴이후로 우리 학계에서도 북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들이 한마디로 북한의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학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북한이 워낙폐쇄사회여서 기본적으로 자료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어느정도 자료를 갖추고 있는 정부측에서도 접근에 제약을 두고 있어 본격적인 연구에는 한 계가 있다는 것이다.
…◆ …◆ …◆ …◆ …◆ …◆ …◆ …◆ 이같은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국가보안법을 정비,개방된 분위기를 마련해 북한 연구의 다양화와 전문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있다. 대학의 움직임을 보면 북한학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90년 서강대가 공공정책대학원에 북한학과를 신설한 것을필두로 91년에는 경남대에서 행정대학원에 북한학과를 두었다.이어 92년에는 숭실대가 통일정책대학원이라는 별도의 대학원을 만들었으며 지난 봄에는 동국대에서 학부과정에 북한 학과를 신설,신입생 40명을 뽑기에 이르렀다.
서강대를 통해 배출된 북한학 석사는 30여명,숭실대에서도 다음달에 석사를 배출하게 된다.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중 64개대학이 북한정치론.북한사회론등 북한학강좌를 두고 있는데 북한학수강학생은 지난해 1만3천명보다 크게 증가한 1만7천여명에 이른다.이와는 별도로 전국 각 대학부설 북한 연구소가 1백여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는 북한의 실상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金日成 사망후의 북한정세분석에서도 그동안 정부와 학계의 중점연구 대상이었던 북한정치 분야마저 한계를 여실히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金日成의 사망사실을 34시간만에 발표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성격으로 보아 비교적 신속한 조치였을 뿐아니라 그것을 대외에 공표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권력정비가 완결된 상태임을 뜻하는데그때까지도 우리쪽에서는 그런 의미를 꿰뚫지 못했 다는 지적이다. 대학에 북한학과가 신설되기 전인 80년대 말까지 국내 북한학의 연구실태는 매우 빈약한 것이었다.분단후 89년말까지 한국에서 발행된 북한관련 서적은 모두 1백10여종,논문및 서평집은80여건에 지나지 않는다.그것도 북한바로알기운동이 펼쳐지던 87년 이후 발표된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주제들이 이념이나 정치문제에 치우치고 있다.
80년대말까지 북한학 연구는 현재의 통일원과 국가안전기획부.
언론및 학계.재야.주요기업의 경제연구소등이 주류를 이루었다.정부당국 중심의 연구는 어쩔수 없는 정치적 한계를 안고 있고 현재 가장 진전된 것으로 전해지는 주요기업의 북한연 구는 비밀유지 차원에서 외부로 쉽게 유출되지 않고 있다.
최근『북한의 민족생활풍습』이란 저서를 펴낸 朱剛玄씨(39)는『과거 정부의 프로젝트를 받았던 연구자들의 연구보고서중 최근에공개된 것을 보면 당시 공개되지 않을 것이란 익명성 때문인지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북한연구와 함께 이런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바로잡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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