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 비상 왜 걸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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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 여름은 괜찮다며 우물대는 사이에 자칫 제한송전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의 가정과 사무실에서 실내온도를 1도 낮추려면 39만㎾의전력이 필요한데,무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고 하루중 전력수요가 절정에 오르는 오후3시만 되면 쓰고 남는 전력이 거의 매일 달랑달랑한 상태다.
전력비상은 상공자원부의 無神經과 전력공급상의 구조적인 문제에다 무더위가 겹친「복합 상황」이다.
▲잘못된 수요 예측=사실 올 여름 전력난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예상보다 빠른 경기확장국면 진입으로 1~5월중 전력사용량이 지난해보다 12.9%나 높아져 당초 전망치(9.4%)를 크게 웃돈데다 예년보다 한달정도 빠르게 6월중순부 터 무더위가오면서 남부지방에서 에어컨이 품귀사태를 빚었기 때문이다.
상공자원부는 당초 느긋하게 잡아놓았던 올 전력수요 전망을 전력사용량이 몇차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6월22일에야 상향조정했다.그러나 이 수정전망치는 20일만인 지난 11일 다시 깨졌으며 13일에는 급기야「魔의 2천6백만㎾선」을 껑충 넘어섰다. 〈表참조〉 상공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 여름철 이상 저온에경기침체가 겹쳐 전력수요가 적었던 것을 너무 간과했다.예상보다빠른 경기회복 속도를 감지하지 못한데다 빠르게 확대보급되고 있는 에어컨,날로 대형화되고 있는 냉장고.TV등 가전제품 수요 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러나 당국은 지난달 22일 여름 전력수급대책을 새로 짜면서비로소 기존 발전소의 정기보수(평균 47일)기간을 줄이기로 하는등 그동안 타성에 젖어 안이하게 발전소 보수를 해왔음도 드러내보여주었다.
현재 인천화력 4호기등 4개 화력발전소(총 시설용량 1백28만4천㎾)에 대한 정기보수가 진행중인데 유달리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대한 대비없이 보수 일정을 너무 여유있게 잡았다는 지적이다. ▲공급상 문제=상공자원부나 한전은 전기요금을 적절하게 상향조정해 節電을 유도하고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1백만㎾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1조6천억원정도가 필요하고 용지수용부터 발전까지는 10년이상 걸린다 .그러나 정부는 장기전력 수급계획상 발전소 건설비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자 투자 규모를 줄여버렸다.
이 때문에 정작 전력공급난은 96년부터 심각해지리라는 지적이다.내년은 영광 원전 3호기등 2백20만㎾의 시설용량이 늘어나지만 96년에는 1백60만㎾ 밖에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공자원부는 상반기에 올리려 했다가 성사시키지 못한 전력요금 조정을 하반기중 6~8%정도 올리는 방안을 강구중이다.또 피크타임때 전력을 많이 쓸 경우 요금을 무겁게 물리는쪽으로 전력요금 체계를 바꿀 방침이다.
〈梁在燦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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