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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 교육현장 컴퓨터시대 아직도 주산 열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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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반적으로 상업계 고교의 교육 내용은 정규 교과과정상의 전문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기능교육으로 나뉜다.
교과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이수과목에 비해 인문계와는 달리 보충수업.특강이 없으므로 수업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한 예로 S여상 3학년 영어과목의 경우 주당1시간밖에 책정돼 있지않아 학기내에 겨우 3~4 課 정도의 진도에 그치고 그나마 「수박 겉하기」식이 되고 있는 형편.
또한 18개 전문과목중 주산.타자등을 뺀 13개 과목이 현장실습과는 거리가 먼 이론위주 과목이며 수업내용에 있어서도 담당교사조차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현재 상업계고교에서 취득하는 자격증 과목은 주산.부기.한글타자.영문타자.펜글씨.워드프로세서.정보처리 기능사.세무회계.비서.상업영어등이 있다.인문계에서 국어.영어.수학이 대학입시의 대세를 결정하듯 상업계에서는 이 자격증이 수업능력과 취업의 향방을 가름한다.
때문에 상고생들은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면 입학과 동시에「가장빨리 되도록 많이 높은 급수의 자격증」을 따놓는 것이 최대목표다.문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주산.타자등의 자격증 제도가 상고교육을 규정.왜곡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
대부분의 기업이 사무자동화로 인해 계산기.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어 주산이 필요없으며 부기 또한 모든 회계원리가 컴퓨터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부기의 기본원리.컴퓨터 조작법만 잘 알면 된다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상고생들의 대부분은 현실생활에 별 필요도 없는 기능사자격증 취득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학원에 다니고 있어 학교.개인생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가계부담또한 적지 않다.
실제로 부기3급의 경우 학교 교과과정은 1년이지만학원은 3개월과정에 기초-문제풀이까지 해준다.월 수강료로 부기 3만5천원,컴퓨터 7만9천원등인데 대체로 2~3과목씩 수강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사교육비는 엄청난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 인다.취업시가장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컴퓨터교육도 시대변화의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서울 J여상의 경우 1학년때는 주 3시간의 이론교육,2학년때는 주 1시간의 실습교육,3학년은 교육시간이 전혀 없는 실정.대다수의 학교에서 컴퓨 터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않고 있는 것은 컴퓨터 보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서 기인한다.
교사들은 시대변화에 맞는 상업교육이 되려면 학생 한명당 1대꼴로 컴퓨터가 보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은행이나 대기업의 상고출신 채용이 용모중심이 되면서 공부보다는 미용체조.살빼기등에 관심을 보여 학교공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학생이 늘면서 학교수업이 파행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것이다.
〈韓康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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