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특집>경제.사회 실태-GNP 4년째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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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金日成 장기집권이 북한에 드리운 가장 큰 그늘은 경제 실패였다. 정치.외교면에서는 나름대로 평가받을지 모르나 경제에서 만큼은 실패를 거듭했다.기본적인 衣食住마저 해결되지 않는 북한주민들의 피폐한 삶과 초라한 경제지표들이「김일성式 경제」의 오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국민총생산(GNP)추계자료에따르면 북한 경제는 지난해까지 4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있다. 93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4.3%로 92년 마이너스7.6%보다 뒷걸음치는 폭이 다소 둔화되긴 했다.그러나 지난해곡물생산량은 3백88만4천t으로 92년의 4백26만8천t보다 40만t가량 줄어들었으며,수출입을 합친 무역총액은 26억 4천만달러로 90년이후 4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도입량 역시 92년의 1백52만t에서 93년에는 1백36만t으로 줄어들었다.경제가 뒷걸음치는 데다 외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이처럼 북한은 식량.연료.외환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곡물생산량의 경우 2천3백만명 인구를 먹여살리기에는 2백 79만t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좀처럼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정권도 경제면에서 만큼은 뜻대로 안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의 姜成山총리는 지난해 12월8일 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에서『국제적 사변들과 우리나라에 조성된 첨예한 정세로 인해 3차 5개년계획(87~93년)상의 공업생산 총규모와 전력.철강.
화학섬유등 일부지표들이 계획에 미달됐다』고 털어놓 았다.
북한은 이날의「자아비판」을 계기로 무역과 경공업 관련 조직들을 집중 보강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경제의 실패는 冷害,주요 경협 파트너였던 옛 蘇聯및 동구권의 몰락,세계 경제의 불황등과도 관련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우리 식의 사회주의 자립 경제를 건설하자는 金日成주의의 정체성.폐쇄성등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延河淸 보건사회연구원장.前KDI 북한경제연구센터소장)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북한경제가 이제 더이상 나빠지기 어려운 상태까지가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金正日정권이 중국의 지원과 독려속에 대외개방을 추진해나갈 경우 실태와 지표 양면에서 호전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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