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브라질.아르헨티나 대통령 자존심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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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브라질.아르헨티나 양국 대통령이 월드컵 장외전쟁을 펼쳐 화제. 발단은 아르헨티나의 메넴대통령이 지난 6일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발생하자『브라질의 최저임금은 아르헨티나 퇴직자 연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自國의 임금수준이 높은 것을 브라질과 비교해 강조한데서 발단.
이 소식을 접한 프랑코 브라질 대통령은『지극히 품위를 잃은 발언』이라고 대응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브라질은 월드컵에서 무난히 4강에 진출,우승을 바라보게 됐는데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탈락했지 않았느냐』며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한발 더 나아가 駐아르헨티나대사를 급거 본국으로 소환,메넴대통령의 발언배경을 설명하도록 했다.
서로 남미의 대국임을 자임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자존심 싸움이 축구와 연결,상승되는 순간이었다.
메넴 집권이후「경제 우등생」으로 불릴 만큼 안정을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살인적 인플레로 고생하는 브라질의 아픈 곳을 선제공격하자 잦은 실언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프랑코대통령이비교우위에 있는 월드컵을 끌어들여 반격에 나선 것이다.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자 아르헨티나 외무부는『왜 그렇게 화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대응을 자제,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진화됐다.
69년 멕시코 월드컵대회 지역예선중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전쟁을 벌인바 있는 중남미 대륙.엘살바도르에서 벌어진 경기에서온두라스가 3-0으로 지자 흥분한 관중들끼리 편싸움한 것이 발단이 돼 양국은 국교 단절에 이어 실제 전쟁에 돌입,5일동안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이번 입씨름은 비록 전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남미의 축구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金相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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