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칼럼>총체적 북한無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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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사흘간을 국민들은 신문과 방송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속에 보냈다.그러나 그 많은 정보와 갖가지 분석을 접하고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北韓주석 金日成이 숨졌다는 한가지 사실 뿐이었다.오히려 엇갈리는 숱한 정보와 견해들은 판단의 혼란을 부채질했다.판단의 가닥이 겨우 분명히 잡힌 것은 북한TV가 방영한 金日成주석의 시신에 金正日등 북한 권력층의 조문 모습이 우리 TV에 전해진 11일 자정무렵부터였다.
이것은 분명히 문제다.우리가 북한 사정에 이렇게 무지하고 어두울 수가 있을까.땅을 맞대고 있고,北韓의 一擧手一投足이 그대로 우리의 운명과 직결되는 환경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對북한 정보가 이토록 얄팍하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견해도 그처럼 천차만별일 수가 있는 것일까.
북한을「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고 큰소리쳤던 정부당국은KBS보다 金日成사망소식을 빨리 알지 못했다.이러니 부끄럽기 짝이 없게도 역술가.풍수지리술사가 각광을 받게 됐다.
이 기막힌 현실은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無知를 드러내준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金正日이 후계자가 될 것이확실해진 이 시점에서도 과연 우리들이 金正日이란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나.前妻의 처남이 남한 에 살고 있다는 곁가지 지식이,그것도 기자들의 극성스런 취재경쟁 덕으로 겨우 알려졌을 뿐 거의 모든 것이 깜깜이다.「호전적이고 위험한 인물」? 아니면 의외로「명석하고 지지를 받는 인물」? 어느 쪽인가.내일 모레면 정상회담을 가질지도 모를 상대인데도 우리가 지닌 정보와 지식은 이렇듯 피상적이고 단편적이다.그나마 뚜렷한근거도 없고 선전적 냄새가 짙은 정보 조각들이다.
만약 정부의 지식과 정보 역시 이 수준을 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남북대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이며 더 더구나 남북관계를 어떻게 우리가 주도해 낼 수 있을 것인가.실은 꽤 정확히 알고는 있으나 국민은 모르는게 나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국민을 얕잡아 보아도 유분수지,정작 국민들은 정부의 머리위에 올라앉아 있다.
中央日報가 10일 조사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6.9%가 金日成은「戰犯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63.8%가金日成의 사망소식을 듣고「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아쉬웠다」고대답할 정도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국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對北정보 수집 능력을 한껏 높여야 한다.결과론이라 하겠지만 사망의 징후를 느낄만한 단서가 여럿 있었는데도 34시간동안이나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또 수집만 한다고 能事가 아니다.정확한 분석이 수집 이상으로 중요한데 그를 위해선 정보를 독점하고 차단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사회답게 사회에 그때 그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정보 부족으로 소위 북한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사태를 헛짚어 통일이 되면 대량 失業사태를 맞을 것이란 비아냥을 사고 있는 판이다.
많은 국민들은 金日成동상 앞에 엎드려 통곡하는 북한주민의 모습을 보고 王朝사회를 보는듯한 異質感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에이」하고 혀를 차며 돌아서버리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통일을 위해선 더 말할 것도 없고 대화를 하려해도 이 해하고 극복해야 할 것이 그것인만큼 그런 이질감을 낳은 北韓체제의 문화,제도와 논리,주민의 정서를 우선「있는 그대로」정확히 아는 것이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가 實相 알아야 그를 위해선 냉전적 선입견이나 감정도 장애물이 된다.이스라엘 첩보기관인 모사드의 한 간부가 자신의 부하들에게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잘 모르는채 정책결정을 하는건 위험천만한 일이다.그러나 더위험한 것은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는 일이다.』 無知에서도,선입견에서도 벗어나는 가장 좋은 길은 사회 전체가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共有하는 일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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