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보도 방송3社 속보경쟁 우왕좌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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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金日成주석 사망이라는 빅뉴스를 접한 방송3사는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신속한 대응으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그러나 9일이후 방송3사가 속보경쟁을 벌이며 드러난 몇가지「玉에 티」는 방송역량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또한 언급되고 지나가야 할 과제로 남게됐다.최선을 다한 상황에서 드러난 몇가지 흠은 실수가 아니라 바로 우리 방송역량의 바로미터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金日成의 정확한 사망시점에 관한 혼선이다.3개 방송사는『김일성 주석이 2시에 사망했다』는 북한방송의 보도를 받아 급히 1신을 내보냈으나 SBS는『오후 2시 사망』으로 단정,신생사로선 아픈 흠을 남기고 말았다.북한공식문서 발표 의 경우 대개 2시는 새벽 2시,오후2시는 14시라고 하는 오랜「관행」에대한 感이 신생사로서는 부족했던 듯하다.
더욱 긴급 생방송을 진행하며 각 보도국의 잡음이 여과없이 방송되는가 하면 MBC는 현장중계차가 정시에 연결되지 않는등 곳곳에서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던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긴급 생방송에 따른 방송국의 긴장은 결국 방송사고로 연결되고말았다.KBS 제1TV는 9일 오후6시 폴란드 국립영화제작소「폴텔」이 제작한「인류최후의 황제 金日成」이라는 5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끼워넣었다 시작 25분여만에 시청자들의 항의로 중단하는 소동을 겪었다.
KBS는 아무런 설명없이『김일성은 위대한 수령이며 민족의 태양』등의 국내해설자 더빙을 내보내다『김일성을 위대한 인물로 착각케 만드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빗발쳐 다급히 이를 커트했던것. 파장이 커지자 KBS측은『이 프로는 동구권에선 보기 드물게 북한체제를 비판한 것』『다 보지 않은데서 나온 오해』라고 화살을 비켜가려 했다.그러나 金의 사망소식이 알려진지 6시간이지났고『김일성사망에 대비한 화면준비를「남북의 창」이 시작된 후5년가까이 해왔다』는 KBS측의 설명을 감안할 때 결국 졸속 끼워넣기의 결과로밖에 해석할 길이 없는 셈이다.
KBS는 반면『김일성사망 KBS가 최초보도.12시1분 KBS가 장장 2분여에 걸쳐 보도』라는 홍보와 함께 9일 저녁뉴스에는 KBS가 타 방송국과 달리 햄을 이용,1신을 속보하는「긴박한 상황」까지 보여주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이는『추후 재연출된 장면』임을 KBS측은 실토하고 말았다.
북한전문가인 K박사는 MBC-TV에 9일 두차례,10일 아침등 모두 세차례에 걸쳐 중복출연하는가 하면 9일 저녁 대담프로에서는 MBC와 KBS에 동시에 나타나 시청자를 어리둥절케 했다. 전날의 비상생중계와 달리 10일에는 아침특집뉴스를 제외한TV화면은 월드컵축구와 선글라스 무용수들이 환호하는 휴일방송으로 되돌아갔다.이 순간 일본NHK는 미야자와前총리,오코노기 마사오,이즈미 하지메등이 출연,한국의 朴수길외교안보연 구원장,미국의 셀릭 해리슨 카네기국제평화재단부장과의 영상토론을 통해「한반도의 미래」를 심도깊게 논의했고 북한주민들이 오열하는「뉴스장면」을 한국보다 반나절 앞서 공개했다.
『뉴스거리가 더 안나온다』『자칫 김일성을 추도하는 분위기가 될 우려가 있다』는게 방송사측의 10일편성에 대한 설명이었지만9일의 열기에 비춰 무언가 어색한「방송의 흐름」을 느낄 수밖에없었던 것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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